감독
로버트 아이스코브 Robert Iscove

주연
프레디 프린즈 주니어....라이언 워커
Freddie Prinze Jr.....Ryan Walker
클레어 폴라니....제니퍼 버로우즈
Claire Forlani....Jennifer Burrows
제이슨 빅스....헌터 (스티브)
Jason Biggs....Hunter (Steve)
아만다 디트머....에이미
Amanda Detmer....Amy
앨리슨 해니건....베티
Alyson Hannigan....Betty
모니카 아놀드....케이티
Monica Arnold....Katie
헤더 도나휴....메건
Heather Donahue....Megan

라이언과 제니퍼

로버트 아이스코브의 [보이즈 앤 걸스]는 한마디로 90년대 틴에이저 러브스토리 버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입니다. 사건의 대부분이 주인공들이 대학생일 때 일어나니 틴에이저 러브 스토리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분위기는 꼭 그대로죠. 하긴 원래 90년대 틴에이저 러브 스토리에 나오는 애들도 진짜 미국의 고등학생들이라고 하기엔 좀 노숙한 애들이잖아요.

영화는 라이언과 제니퍼라는 동갑내기 남녀 주인공들이 12살 때부터 22살 때까지 인생의 모퉁이에서 계속 마주치다가 결국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순서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와 거의 같아요. 서로 의견과 성격이 맞지 않아 만났을 때부터 티격태격하다가 편안한 이성 친구가 되고, 그러다 보니 은근슬쩍 사랑에 빠지게 되고, 또 그러다보니 그 편했던 우정을 잃을까봐 걱정하게 된다는 거죠.

영화는 아이스코브의 전작인 [쉬즈 올 댓]과 닮기도 했습니다. 둘 다 극단적으로 다른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니까요. 단지 두 영화에서 남녀의 성격이 정반대이긴 합니다만. 전작과 유사한 장면들도 많이 보입니다. [쉬즈 올 댓]의 댄스 파티 장면은 [보이즈 앤 걸스]의 댄스 클럽 장면과 거의 유사하죠. 주인공들이 전에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위해 친구를 과거로 끌고가는 테크닉도 반복되고 있고요. 위트 넘치는 대사들와 순진무구한 러브 스토리를 결합시키는 방식도 같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쉬즈 올 댓]만큼 성공작은 아닙니다. 물론 [쉬즈 올 댓]이 성공작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를 거부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영화의 상업적 성공이 허공에서 솟아오른 것은 아니라는 걸 분명히하고 싶군요. [쉬즈 올 댓]은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알고 있고 그 한계 안에서 날씬하게 만들어진 상업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보이즈 앤 걸스]는 그런 한계를 모르고 있습니다. [보이즈 앤 걸스]가 가장 성공하는 부분은 바람처럼 가벼운 농담들을 날리며 전진할 때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진지해지려고 합니다.

코미디가 진지해지려고 하는 것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진지하기 위해서는 뭔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영화는 무언가 새로운 것도 없고 그렇다고 이런 관계를 깊이있게 생각해본 적도 없으면서 무조건 진지해지려고만 하면 곤란하죠. 그 때문에 드라마가 깊어져야 할 막판에는 정말 공허해져버려요.

전체적으로 [보이즈 앤 걸스]는 심한 말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영화입니다. 주인공들 모두가 호감가는 젊은이들이고 배우들 역시 자기 매력을 적절하게 캐릭터에 투영하고 있으니까요. 전 이들에게 특별히 험악하게 굴고 싶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평범하긴 했어도 지루하지 않게 따라가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어도 그런 소리를 했을지 모르겠군요. 이 영화는 극장용보다는 텔레비전용 영화처럼 보입니다. (02/01/23)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는 [블레어 위치]가 진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는 증거로도 기능할 수 있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