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오우삼 John Woo

주연
존 트라볼타....빅 디킨즈
John Travolta....Vic Deakins
크리스찬 슬레이터....라일리 헤일
Christian Slater....Riley Hale
사만다 마티스....테리 카마이클
Samantha Mathis....Terry Carmichael
딜로이 린도....맥스 윌킨즈
Delroy Lindo....Max Wilkins
밥 건튼.....프리쳇
Bob Gunton....Pritchett
프랭크 웨일리....자일즈 프렌티스
Frank Whaley....Giles Prentice
하우이 롱....켈리
Howie Long....Kelly

1. 그레이엄 요스트

요스트는 운송기관에 대한 강박관념에 빠져 있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버스, 버스에서 지하철로 이리 뛰고 저리 뛰던 [스피드]에서처럼, [브로큰 애로우]에서도 헤일과 테리는 스탤드와 트럭, 엘리베이터, 보트, 기차로 정신없이 뛰어다닙니다. 마치 테마 파크 안의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입니다.

요스트 각본의 또다른 측면은 이 '스피드'의 개념이 다루어지는 방식에서 발견됩니다. 재미있게도 그의 각본에서 스피드는 '추적'과 연결되지 않습니다. [스피드]에서는 카체이스가 없습니다. [브로큰 애로우]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한 장면에 잠시 나올 뿐입니다. 그렇다면, 추적 장면도 넣지 않을 거면서 왜 그는 죽어라고 주인공들을 고속으로 질주하는 금속덩이 안으로 집어던지는 걸까요?

바로 여기에 요스트의 교활한 면이 있습니다. 우선 약간의 속도를 주면 수평적인 액션에 훨씬 강한 긴박감이 가해집니다. 별 노력없이 액션에 힘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두번째로 이 방법은 장면을 전환하는데 너무나도 편리합니다. [스피드]와 [브로큰 애로우] 둘 다 내용만을 따진다면 상당히 평면적인 액션의 나열에 불과합니다. 탈것을 갈아타지 않으면 과연 전환이나 될까 의심스러울 정도인 것입니다. 여기서 속도는 그의 단점들을 교묘하게 커버해주는 화장품처럼 작용합니다.

이제 [브로큰 애로우]의 각본 자체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이 각본은 [스피드]와 비교해서 어떨까요?

나아지기도 했고 더 못해지기도 했습니다. 일단 나아진 면만 따진다면 리듬감을 들 수 있습니다. [스피드]의 액션은 너무나 분명하게 끊어지고 각 장면의 유기적인 연관성도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데 너무나 많은 예외를 두었습니다. 그러나 [브로큰 애로우]는 정신없이 개별 액션들을 나열하면서도 흐름이 매끄럽습니다. 여기에는 운송기관들의 속도들을 가감하는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 사용되죠.

그러나, [스피드]보다는 나쁜 면이 더 많습니다. 일단 너무나도 익숙한 내용입니다. 배경을 사막으로 옮겨놓았을 뿐, 두 주인공의 대결구도, 우연히 그들 사이에 끼어든 당찬 여성 캐릭터, 폭탄, 속도전 등등이 전작에 이어 그대로 사용됩니다. 새로운 것이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브로큰 애로우]는 전작이 가졌던 신선한 사실감을 모조리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스피드]의 가장 큰 장점은 버스나 지하철 같은 흔해빠진 도시의 구성물들이 갑작스럽게 미쳐 날뛰는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초현실주의였기 때문입니다. [브로큰 애로우]의 액션은 무인 지대나 다름없는 황량한 유타 평원이라 그런 것 따위는 끼어들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유타는 순수한 액션들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 급조한 영화 속의 가상 공간처럼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평범하고 데자부 현상으로 가득찬 각본을 만들어내고 말았습니다.

2. 오우삼

오우삼이 헐리웃에 갔다는 사실 자체만 가지고도 여러 곳에서 툴툴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두 편의 영화가 만들어진 이후에도 그 툴툴거림은 줄어들 줄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는 꽤 성공한 편입니다. [브로큰 애로우]는 독창적이지는 않더라도 빠르고 흥미진진한 액션 영화입니다. 박스 오피스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전체적인 완성도를 보더라도 특별히 빠진 부분이 발견되지도 않습니다. 오우삼은 이제 능숙하게 헐리웃 시스템 속에 안착한 것입니다.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오우삼에게도 그런 참견 따위는 하지 않겠습니다. [첩혈쌍웅]이나 [첩혈가두]같은 그의 영화들은 매우 흥미진진했고 나름대로의 멋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오페라와 같은 스타일은 오우삼이 홍콩에 남아있건 말건 슬슬 매너리즘에 빠질 위험 앞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는 어떻게든 새로운 길을 파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겁니다.

문제는 그가 어떻게 해결책을 찾아냈느냐는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그는 스타일 면에서 아직도 상당히 헤매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야 하는 것이 일급의 헐리웃식 액션물임을 압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그 동네에서 가치가 있는 것은 그가 오우삼이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압니다. 여기서 그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오우삼의 스타일은 요스트가 써낸 각본과는 어울리는 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를 심어넣습니다. 디킨즈는 예전의 주윤발이 그랬던 것처럼 끝없는 똥폼을 잡고 헤일은 쌍권총을 잡고 슬로우 모션으로 악당들을 쏘아대고 테리는 무기가 떨어진 헤일에게 권총을 던져 줍니다. 헤일과 테리의 첫 만남 역시 [첩혈쌍웅]같은 영화에서 너무나도 익숙하게 보았습니다.

웃기는 것은 이 모든 것들이 [브로큰 애로우]를 오우삼 영화처럼 보이게 만드는 대신 오우삼 영화의 패러디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그는 자기 자신의 영화를 베끼고 있는 셈입니다. 자신의 스타일을 살리기 위해서는 내용도 조금 생각해 보았어야죠.

3. 배우들. 그리고 여러가지...

존 트라볼타가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오우삼 스타일의 연기를 가장 그럴 듯하게 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는 주윤발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펄프 픽션], [겟 쇼티]로 이어지는 그의 껄렁한 악당 역을 연장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게 감독의 구미에 맞은 거죠.

사만다 마티스와 크리스찬 슬레이터는 좀 약한데, 아마도 그건 그 배우들의 기존 이미지들을 말끔하게 벗겨낼 만큼 영화가 캐릭터를 세심하게 묘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스 짐머는 수준이 자주 오락가락 하는 작곡가인데 이번 것은 그냥 그랬습니다. 그러나 오우삼 영화의 분위기와는 대충 맞을 지도 모르겠군요.

[브로큰 애로우]는 [하드 타겟]보다는 나은 영화입니다. 이제 우리는 오우삼이 헐리웃에서 헛갈리지 않고 정상적으로 작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그가 '고용 감독'으로 어떻게 생활을 유지할 지 보아야겠습니다. 꽤 성공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96/05/29)

D&P

기타등등

실종된 핵무기를 가리키는 말은 "Broken Arrow"가 아니라 "Empty Quiver"라는군요. 그래도 "Broken Arrow"가 제목으로는 낫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