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척 존스 Chuck Jones

주연
준 포레이....마녀 헤이즐
June Foray....Witch Hazel
멜 블랭크....벅스 버니, 지니
Mel Blanc....Bugs Bunny, Genie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벅스 버니와 헤이즐

[브룸스틱 버니]의 주인공은 벅스 버니가 아니라 할로윈을 맞아 들떠 있는 못생긴 마녀 헤이즐입니다. 벅스 버니는 할로윈을 맞아 마녀로 변장하고 사탕을 얻으러 다니다가 헤이즐과 얽히게 되지요.

중간에 전형적인 벅스 버니 추격전이 조금 나오기는 하지만 이 에피소드는 벅스 버니와 헤이즐의 재치 대결엔 비교적 무관심합니다. 여기서 가장 재미있는 건 헤이즐의 도착적인 미의식이죠. 헤이즐은 자신이 못생긴 게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자기보다 더 못생긴 마녀로 변장한 벅스 버니가 방문하자 헤이즐은 심한 질투에 사로잡힙니다. 해결책은? 벅스 버니에게 미인이 되는 약을 먹이는 것이죠.

현대 관객들에게 마녀 헤이즐은 여성 버전 슈렉입니다. 간결한 디자인부터 드림웍스 버전 영화보다 원작의 슈렉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헤이즐이 마법 거울의 지니에게 "누가 세상에서 가장 못 생겼니?"라고 묻는 [백설공주]의 패러디 장면은 이런 도착적 미의식이 주는 재미를 온 몸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존스와 각본가 테드 피어스는 벅스 버니와 헤이즐의 캐릭터를 그렇게까지 잘 연결시키지는 못합니다. 헤이즐의 [백설공주] 마녀 역할은 벅스 버니가 차를 마시기 위해 가면을 벗자 잠시 중단됩니다. 그 뒤로 헤이즐은 잠시 동안 엘머 퍼드식 토끼 사냥꾼으로 바뀌죠. 약에 넣을 재료로 토끼가 필요하다는 핑계를 달고요. 차라리 벅스 버니보다 덜 개성적인 캐릭터를 상대역으로 등장시켰다면 이야기가 더 잘 짜여지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마지막 결말은 상당히 즐겁고 원래의 주제에도 충실합니다. 헤이즐은 벅스의 계략에 말려들어 자기가 벅스에게 주려던 약을 마시고 대신 미인이 되어 버립니다. 그동안 충실한 하인이었던 거울 속의 지니는 미인이 된 헤이즐에게 홀딱 반해 주인을 쫓아가고요. 도입부처럼 도착적인 악몽이죠. 헤이즐 자신에겐 끔찍한 일이지만 관객들에겐 그게 오히려 일종의 해피 엔딩처럼 보일테니까요. (05/06/07)

DJUNA

기타등등

미인이 된 헤이즐의 모습은 준 포레이의 원래 외모에 바탕을 두고 있다더군요. 그 때문에 포레이가 완성된 영화를 보고 무척 자랑스러워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