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지 A. 로메로 George A. Romero

주연
제이슨 플레밍....헨리 크리들로
Jason Flemyng....Henry Creedlow
피터 스토메어....밀로 스타일즈
Peter Stormare....Milo Styles
레슬리 호프....로즈마리 뉼리
Leslie Hope....Rosemary Newley
니나 가비라스....재닌 크리들로
Nina Garbiras....Janine Creedlow
앤드루 타벳....제임스 라슨
Andrew Tarbet....James Larson
톰 앳킨스....맥클리어리 형사
Tom Atkins.... Detective McCleary
조나단 히긴스....라코스키 형사
Jonathan Higgins....Detectice Rakowski
제프 모나한....톰 버트램
Jeff Monahan....Tom Burtram

헨리

조지 로메로가 꾸준히 영화를 만들던 시기는 오래 전에 지나갔습니다. [사투]가 쓸만한 로메로 영화로서는 마지막 작품이었을 거예요. 많은 B급 영화 감독들이 그렇듯, 그 역시 그렇게 곱게 늙지는 못했습니다. 일단 일거리도 제대로 잡지 못했죠. 90년대의 경력을 보면 과연 이게 전설적인 [시체 3부작]을 만든 감독의 필모그래피가 맞는지 궁금해지기까지 하니까요. 오늘 소개할 그의 최근작 [브루져]도 미국에서 정식 극장 개봉은 되지 못한 것 같아요.

[브루져]는... 뭐, [시체 3부작]처럼 피칠갑으로 가득찬 영화는 아닙니다. 주인공 헨리는 [브루져]라는 잡지사에 다니는 직장인인데, 그렇게 일이 잘 풀리지는 않습니다. 상사는 맘에 안들고, 아내는 바람을 피우고, 그나마 믿고 있던 친구는 자기 돈을 빼돌리고요. 그래도 얌전한 사람이라 속으로만 고민을 썩히고 있었는데, 직장 동료가 만들어준 가면을 쓴 뒤로 사정이 바뀝니다. 글쎄 다음 날 일어나 보니 가면이 얼굴에 붙어 버린 거예요. 이 때부터 이 친구는 막 나가기 시작합니다. 잔돈을 훔치던 가정부를 죽이고 아내를 불륜 현장에서 교살하고...

[마스크]의 호러 버전 같죠? 사실 그렇습니다. 이 영화의 주제는 [마스크]와 거의 같아요. 소심한 도시 남자가 마스크를 쓰고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날려버린 뒤 막나간다는 거거든요.

영화는 비교적 가벼운 편입니다. 거의 만화책 모험담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로메로는 종종 경박한 블랙 유머를 섞어 이 영화의 가벼움을 강조하기도 하는데, 그 중 몇 개는 꽤 먹히기도 합니다. 주연인 제이슨 플레밍과 피터 스토메어도 그런 경박함을 즐기고 있는 듯 하고요.

영화의 문제는 가벼움이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그 가벼움 뒤에 숨겨진 공허함이죠. [브루져]는 주인공 헨리만큼이나 텅 빈 영화입니다. 헨리가 아이덴티티에 대해 떠들어대는 수다는 정말로 텅 비었습니다. 남들이 다 하던 이야기를 더 심심하게 하는 것 이상은 아니죠. 심지어 마스크와 아이덴티티의 관계도 그렇게 깊이 다루지 못했고 정곡을 찌르지도 못했습니다. 오히려 단순한 [마스크] 쪽이 훨씬 주제에 잘 맞았지요.

[브루져]는 [트왈라이트 존]의 짧은 에피소드로 만들어졌다면 훨씬 효과적이었을 작품입니다. 아무리 들여다 봐도 그렇게 내용이 풍부한 영화는 아니고, 갑작스럽게 일어난 초현실적인 사건이 한 남자의 운명을 완전히 바꾸어놓는다는 설정도 굉장히 [트왈라이트 존]식이잖아요? (02/05/02)

DJUNA

기타등등

로메로는 요새 [시체]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