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프랜 루벨 쿠주이 Fran Rubel Kuzui

주연
크리스티 스완슨....버피
Kristy Swanson....Buffy
도널드 서덜랜드....메릭
Donald Sutherland....Merrick
폴 루벤스....아밀린
Paul Reubens....Amilyn
루트거 하우어....로토스
Rutger Hauer....Lothos
루크 페리....파이크
Luke Perry....Pike
미셸 애브럼즈....제니퍼
Michele Abrams....Jennifer
힐러리 스웽크....킴벌리
Hilary Swank....Kimberly
패리스 본....니콜
Paris Vaughan....Nicole
데이빗 아퀘트....베니
David Arquette....Benny
랜들 바틴코프....제프리
Randall Batinkoff....Jeffrey
앤드류 로워리....앤디
Andrew Lowery....Andy
사샤 젠슨....그루엘러
Sasha Jenson....Grueller
스티븐 루트....게리 머레이
Stephen Root....Gary Murray
나타샤 그렉슨 와그너....카산드라
Natasha Gregson Wagner....Cassandra

1.

주인공 버피는 졸업을 앞둔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신경 쓰는 것이라곤 쇼핑과 패션 뿐이며, 치어리더지요. 이 친구가 치어리더 일 이외에 하는 일이라고는 비슷한 부류의 멍청한 친구들과 어울려 시내를 싸돌아 다니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이 한심한 고등학생은 자신도 모르는 비밀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수천 년 동안 환생을 거듭해 온 흡혈귀 해결사(slayer)였습니다.

그 사실을 가르쳐 준 후견인(watcher)인 메릭이 찾아돈 뒤로 버피의 삶은 뒤틀리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버피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해도 숙적인 흡혈귀 로토스와의 대결은 다가오고 있었으니까요...

2.

1992년, 할리우드는 오래 전에 구닥다리가 되었던 흡혈귀라는 장르 소재를 부활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거창한 프로젝트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였지요. 하지만 그 프로젝트에 편승한 가벼운 영화들 역시 제작 중이었습니다. 존 랜디스가 [미녀 드라큘라]를 만들고 있었고 [도쿄 팝]으로 주목받던 프랜 루벨 쿠주이가 바로 이 [뱀파이어 해결사]를 만들고 있었으니까요. 가장 먼저 개봉된 영화는 [뱀파이어 해결사]였습니다. 아이디어가 먼저였기 때문이 아니라, 가볍고 작은 기획이어서 제작 기간이 짧았던 거죠.

92년의 흡혈귀 열풍은 생각만큼 엄청난 수확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세 영화 모두 기대만큼 흥행은 거두지 못했고 평도 그냥 그랬습니다. 사람들은 흡혈귀 영화 소재가 과대평가되었다고 쑥덕거렸습니다.

하지만 그건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92년에 일었던 작은 열풍 이후로 흡혈귀들은 다시 쉬크함을 되찾았습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블레이드]와 같은 영화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도 92년의 열풍 때문이었으니까요. 가장 큰 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 [미녀와 뱀파이어], [앤젤]과 같은 텔레비전 시리즈의 성공도 이 열풍의 성과입니다. 바로 [뱀파이어 해결사]가 이 두 작품 모두의 원작이니까 말입니다.

3.

전설은 [스타 워즈]처럼 장엄한 팡파레로 시작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작고 하찮게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뱀파이어 해결사], [미녀와 뱀파이어(도대체 이 한심한 제목은 어떤 바보가 지은 건지!)]로 제목이 갈라진 [Buffy the Vampire Slayer] 시리즈가 바로 그런 예지요. 시리즈는 한 세대의 문화를 뒤흔드는 중요한 작품이지만 영화는 그냥 가벼운 킬링 타임물입니다. 열성적인 버피 팬이라고 해도 이 영화에는 그렇게 신경쓰지 않을 겁니다.

하긴 [미녀와 뱀파이어]의 열성적인 팬들에게 이 영화는 시시하고 시리즈와 너무 달라서 괴상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저 역시 다시 보면서 굉장히 낯설었어요. 왜 크리스티 스완슨이 자기를 버피라고 부르는 거죠? 버피는 사라 미셸 겔러잖아요.

스토리나 설정도 다릅니다. 영화 속의 버피와 시리즈의 버피는 같은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요. 영화의 버피는 고등학교 3학년이고 졸업 무도회 며칠 전에야 자신이 해결사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시리즈의 버피는 시리즈가 시작될 때 겨우 고등학교 1학년이고 이미 해결사 일을 하느라 여러 곳에서 난리를 친 적 있었지요.

디테일도 다릅니다. 해결사와 후견인들의 머리 수가 늘어난 거야 시리즈 진화 과정의 결과라고 쳐도, 영화 속의 흡혈귀들은 말뚝으로 찌르면 그냥 죽을 뿐 시리즈에서처럼 멋지게 가루가 되지 않습니다. 흡혈귀성을 드러낼 때 무섭게 얼굴이 변하지도 않고요.

다시 말해 시리즈는 영화에 그렇게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해결사와 후견인이라는 기초적인 아이디어는 빌렸지만 시리즈를 그처럼 성공적으로 만든 수많은 요소들은 영화에는 없습니다. 영화는 단순히 산문적인 현대 미국과 초현실적인 중세 유럽 괴물의 대조로 이루어진 경박한 코미디일 뿐입니다. 크리스틴 스완슨은 80년대식으로 예쁘기는 하지만 사라 미셸 겔러처럼 카리스마가 넘치지도 않고 절실하지도 않으며 투사처럼 보이지도 않습니다. 폴 루벤스와 도널드 서덜랜드가 그럭저럭 재미있는 연기를 보여주지만 또 그 뿐입니다. 루트거 하우어는 졸린 듯 거의 연기를 하지 않아요. 해결사의 아이디어를 빼면 스토리도 그냥 그렇고요.

이 영화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건 순전히 영화 외적인 것들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이 영화가 90년대의 가장 중요한 텔레비전 시리즈의 원작이라는 것이지요. 그 다음은 8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영화에 조역과 단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몇 명이 상당히 유명해졌다는 것입니다. 우선 버피의 골빈 친구 킴벌리를 연기하는 배우는 힐러리 스웽크입니다. 나중에 흡혈귀가 된 파이크의 친구 베니를 연기한 배우는 데이빗 아퀘트고요. 우등생 카산드라로 나오는 배우는 나타샤 그렉슨 와그너랍니다. 그리고 정말 깜짝 놀랄만한 엑스트라도 하나 있습니다. 벤 애플렉이 농구시합 장면에서 상대편 선수 중 한 명으로 나온답니다! (00/08/24)

DJUNA

기타등등

원래 영화에는 학살이 일어난 뒤 생존자들이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랑 폴 루벤스가 죽는 연기를 반복하는 장면과 같은 것들이 엔드 크레딧이 올라오는 동안 나옵니다. 하지만 국내 출시 비디오에서는 그 부분이 잘린 것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