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임경수

주연
신은경....추자영
김윤진....서윤희
문정혁....동욱
윤주상....양 반장
맹세창....장준하
조연호....수사과장
손민석....윤 선생
조중휘....강상근
박범규....송인우
변창석....차강태
김지민....최해준
문준호....이규철
우준영....강철우

서윤희

[6월의 일기]의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1. [세븐]과 같은 할리우드 연쇄살인마 영화를 흉내내는 장르물을 만드는 것. 2. 그를 통해 상당히 심각한 사회 현상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

이 영화의 연쇄살인범은 비옷을 입고 돌아다니며 같은 학교에 다니는 남자 중학생들을 한 명씩 살해합니다. 이 살인의 특징은 살해당한 소년들의 위 속에서 일기장에서 찢은 살인예고문을 담은 캡슐이 발견된다는 것이죠.

살인범의 동기가 밝혀지면서 사회적 이슈가 등장합니다. 이 영화의 주제는 학교의 왕따 현상입니다. 그 죽은 소년은 반 아이들로부터 심각하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고 죽은 아이들은 모두 직간접적으로 그 아이를 괴롭혔다는 거죠.

[세븐]식 연쇄살인범 이야기로 볼 때, [6월의 일기]는 특별할 게 없습니다. 아니, 보통보다 못하죠. 이 영화의 수사과정에는 두뇌싸움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두뇌싸움이 뭐야, 이 영화에 나오는 형사들은 기초적인 직업 상식이 없어요. 장갑도 안 낀 손으로 마구 증거를 주무르지 않나, 영안실로 들어가 허락도 받지 않고 자기 스스로 해부를 하지 않나... 가끔 정곡을 찔러가며 사건에 접근하는 장면들에서도 이들은 꼭 형사놀이하는 애들 같습니다. 한마디로 성의가 없어요.

전체적으로 각본 자체가 성의 없습니다. 종종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까먹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예를 들어 사건의 단서가 되는 캡슐은 중간에 그냥 잊혀지기까지 하거든요. 대부분의 경우 이 영화의 각본은 자기만의 치밀한 논리를 쌓아올리는 대신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공식을 따라갑니다. 거의 갈등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지경이죠. 게다가 자세히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구석도 은근히 많습니다.

사회비판물로서는 어떨까? 역시 약합니다. 두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형사물의 구조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형사들은 어색한 농담 따먹기나 하고 있을 뿐이고, 그러는 동안 진짜 동요하고 갈등하고 공포에 질려 있을 학교의 아이들은 거의 무시되거든요. 영화는 신은경이 연기하는 추자영 형사와 연쇄살인범인 서윤희를 친구 사이로, 추자영의 조카를 그 학교 학생으로 설정해, 개인적인 감정을 첨가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참 모자라요. 결정적으로 따돌림과 가학행위에 대한 영화의 묘사는 굉장히 얄팍하거든요. 대부분의 관객들은 영화가 뭐래도 그 '나쁜 애들'을 타자화시키고 그냥 증오하는 쪽을 택할 겁니다. 모두에게 지나치게 손쉬운 해결책인 셈이죠.

연기는 그냥 그렇습니다. 신은경이나 문정혁, 윤주상은 나쁜 배우들이 아니지만 모두 지나치게 요란한 텔레비전 연기를 하고 있어요. 설득력도 없고 재미도 없습니다. 괜히 어릿광대짓을 할 필요가 없는 김윤진만 그럭저럭 그 함정에서 빠져나와 있죠. 그 사람에겐 혼자 아리아를 부를 수 있는 좋은 클로즈업 신들까지 있으니, 남들이 보면 감독이 김윤진만 편애하고 다른 배우들을 고의로 왕따시킨 줄 알 겁니다.

[6월의 일기]는 전체적으로 서툰 스릴러입니다. 왕따 이슈에 대해 정직하게 접근하려 했다는 시도는 좋았고 그게 또 많은 관객들에게 먹히기도 하겠지만, 이 정도로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는 없군요. (05/12/02)

DJUNA

기타등등

원래는 [12월의 일기]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