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허버트 로스 Herbert Ross

주연
제인 폰다....한나 워렌
Jane Fonda....Hannah Warren
앨런 앨다....빌 워렌
Alan Alda....Bill Warren
매기 스미스....다이애나 배리
Maggie Smith....Diana Barrie
마이클 케인....시드니 코크런
Michael Caine....Sidney Cochran
월터 매소....마빈 마이클즈
Walter Matthau....Marvin Michaels
일레인 메이....밀리 마이클즈
Elaine May....Millie Michaels
허브 에델먼....해리 마이클즈
Herb Edelman....Harry Michaels
드니스 갈릭-퓨리....버니
Denise Galik-Furey....Bunny
리처드 프라이어....촌시 검프 박사
Richard Pryor....Dr. Chauncey Gump
빌 코스비....윌리스 파나마 박사
Bill Cosby....Dr. Willis Panama
글로리아 기포드....롤라 검프
Gloria Gifford....Lola Gump
쉴라 프레이저....베티나 파나마
Sheila Frazier....Bettina Panama

시드니와 다이애나

닐 사이먼의 희곡을 각색한 허버트 로스의 [캘리포니아의 다섯 부부]는 캘리포니아의 호텔을 무대로 한 다섯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들의 이야기는 거의 얽히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다른 부부들이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걸요. 그렇다고 이들의 이야기가 완전히 에피소드별로 끊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요.

첫번째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한나와 빌 워렌입니다. 냉정한 커리어우먼이고 냉소적인 뉴요커인 한나 워렌은 9년전에 이혼하고 할리우드로 와서 영화 각본가로 일하는 남편 빌을 만나러 왔습니다. 남편에게로 달아난 틴에이저 딸 제니를 데려오기 위해서죠. 이 에피소드는 더 이상 서로의 존재를 견뎌낼 수 없지만 여전히 서로에 대한 감정이 지워지지 않은 두 남녀가 서로에게 주고 받는 독기서린 대사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흥미로운 심리묘사를 깔고 있는 드라마이지만 코미디는 아닙니다.

두번째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러 캘리포니아로 날아온 영국 배우 다이애나 베리와 그녀의 골동품상 남편 시드니 코크런입니다. 시상식에 참가하고, 떨어지는 과정 중 다이애나와 시드니의 불편한 관계가 드러납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시드니가 동성애에 기울어져 있는 양성애자라는 거죠. 이 에피소드는 여전히 어둡고 덜컹거리지만 매기 스미스와 마이클 케인은 이들의 가시돋힌 실랑이를 유쾌한 블랙 코미디로 끌어가고 있습니다.

세번째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조카의 성인식에 참가하기 위해 날아온 마빈 마이클즈와 그의 아내 밀리입니다. 하루 일찍 날아온 마빈에게 형은 콜걸을 사서 선물로 붙여주는데, 하필이면 그 콜걸은 데킬라 한 병을 다 비우고 정신을 잃고 말죠. 아내인 밀리가 들이닥치기 전에 마빈은 어떻게든 이 인사불성의 여자를 아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추어야 합니다. 이 에피소드는 네 편 중 가장 코미디의 성격이 강한 작품입니다.

네번째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휴가를 즐기기 위해 아내들과 함께 시카고에서 온 촌시 검프와 윌리스 파나마라는 의사들입니다. 일년 내내 기대하던 휴가였지만 시작부터 일은 틀어지기 시작하죠. 호텔에 도착하기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방은 하나밖에 예약되어 있지 않고... 결국 두 고명한 의사 양반들은 어린애들도 안 할 치사한 육박전으로 휴가를 끝내버리고 맙니다.

보시다시피 네 편의 이야기들은 모두 성격이 다릅니다. 의도적이었다고 생각해요. 흐름이 보이니까요. 심각한 드라마, 영국식 블랙 코미디, 스크루볼 코미디, 슬랩스틱. 원작 희곡에서 그런 배분이 더 잘 살아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원작을 읽어보지 못한 전 뭐라고 말할 수 없겠어요.

하지만 허버트 로스의 이 영화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그렇게까지 잘 섞이지는 못합니다. 어느 정도 편차는 있어도 각 에피소드의 질은 비교적 높은 편이고 배우들도 잘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코미디의 성격이 강해지긴 하지만 앞에 나온 드라마들이 뒤에 나오는 코미디의 분위기를 망쳐놓는 거죠. 나중에 나오는 코미디들에 익숙해지다보면 앞에 나온 심각한 이야기의 감정을 놓치게 되고요.

어느 에피소드가 가장 좋냐고요? 취향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코미디입니다. 두번째 이야기는 코미디와 드라마의 조합이 가장 좋고 이야기와 캐릭터도 입체적입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직설적이고 좋은 드라마고요. 단지 빌 코스비와 리처드 프라이어가 서로를 두들겨 패는 마지막 슬랩스틱 코미디엔 그렇게 좋은 점수를 못주겠군요. 얄팍하고 효과도 떨어집니다.

[캘리포니아의 다섯 부부]는 우아하고 깔끔한 영화지만 떨어져 있는 이야기를 결합하는 데 거의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좋은 배우들의 호연이나 클로드 볼링의 나른한 음악을 감상하는 건 꽤 즐겁습니다. 차라리 완전히 이야기들을 끊어서 옴니버스로 만들었다면 DVD 사용자들은 훨씬 편한 감상을 할 수 있었을 거예요. (03/10/17)

DJUNA

기타등등

다이애나 베리는 아카데미상을 타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캐릭터를 연기한 매기 스미스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