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진굉일 Hung-i Chen

주연
벨 신....제시
Belle Hsin....Jessie
그레이스 첸....폰
Grace Chen....Pon
장용용...유
Yung-yung Chang....U
위여훤....린
Waa Wei....Lin
고이령....섬머
Iling Kao....Summer
오립기....스펜서
Niki Wu....Spancer
막자의....섬머의 남편
Tzu-yi Mo....Summer's husband
임가흔....리키
Kar Yan Lam....Ricky
허안안....리키의 옛 여자친구
An-an Hsu....Ricky's ex-girlfriend
노가흔....리키의 옛 여자친구
Chia-hsin Lu....Ricky's ex-girlfriend
왕심릉....리키의 옛 여자친구
Xinling Wang....Ricky's ex-girlfriend

많기도 하여라...

[캔디 레인]은 타이페이에 사는 게이 여성들을 다룬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영화를 구성하는 네 편의 에피소드 사이에는 큰 연관성은 없어요. 있다면 이들 모두에게 캔디레인이라는 이가 보낸 사탕이 담긴 소포가 배달된다는 것 정도. 그렇다고 여기에서 특별한 의미 같은 것을 찾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작은 마을에서 가출한 제시라는 여자가 타이페이에 있는 옛 애인인 폰을 찾아옵니다. 둘은 같이 있을 때 행복하지만 제시는 타이페이의 번잡한 삶에 적응하지 못하죠.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요리사인 유는 인터넷 데이트 서비스를 통해 린이라는 연상의 여인과 만나게 되는데, 같이 지내는 동안 서로의 관계가 오히려 그녀에게 족쇄가 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세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 섬머와 스펜서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섬머는 곧 남자와 결혼할 예정입니다. 3년 뒤 유부녀가 된 섬머는 스펜서를 다시 찾아오고 둘 사이에서는 다시 옛 감정이 올라오죠. 네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 리키는 경박한 바람둥이인데, 예쁘지만 엄청나게 손이 맵고 질투심이 강한 여자들에게만 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들 이야기는 특별히 깊이 있게 그려지는 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상황만 가볍게 묘사하고 끝내는 경향이 강하죠. 이 영화의 캐릭터들 중 자신의 문제점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대안을 찾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그 때문에 다들 책임감이 부족하고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들의 에피소드를 구별하는 것도 캐릭터의 구체적인 성격이 아니라 장르와 분위기입니다. 가벼운 청춘물, 신경질적인 도회지 로맨스, 섹시한 성인 드라마, 슬랩스틱 코미디라는 설정이 먼저 제시되고 거기에 맞는 캐릭터가 들어가는 겁니다.

영화는 솜털처럼 가볍고 유희적입니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진굉일은 캐릭터나 드라마의 발전보다는 이들 캐릭터들을 타이페이의 나른한 도회지 아파트에 던져놓고 시청각적인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데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 제한된 야심 속에서 영화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러닝타임 내내 대만 퀴어 영화 특유의 나른하고 촉촉하고 감각적인 분위기 만을 즐길 생각이라면 말이죠. 전 그런 분위기가 좋습니다만.

배우들의 질은 전체적으로 좋은 편입니다. 단지 전 이 영화에서 '여성적' 역할을 하는 배우들의 얼굴을 구별하기가 좀 힘들더군요. 특히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애를 먹었습니다. (09/07/01)

DJUNA

기타등등

올해 서울 LGBT 필름페스티벌 상영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