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해리 엘폰트 Harry Elfont
데보라 카플란 Deborah Kaplan

주연
이든 임브리....프레스턴 마이어스
Ethan Embry....Preston Meyers
제니퍼 러브 휴이트....아만다 베켓
Jennifer Love Hewitt....Amanda Beckett
로렌 앰브로즈....드니스 플레밍
Lauren Ambrose....Denise Fleming
찰리 코스모....윌리엄 리히터
Charlie Korsmo....William Lichter
세스 그린....케니 피셔
Seth Green....Kenny Fisher
피터 파치넬리....마이크 덱스터
Peter Facinelli....Mike Dexter
제나 엘프먼....천사
Jenna Elfman....The Angel

케니, 드니스, 프레스턴, 아만다, 마이크, 윌리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는 틴에이저 로맨스의 유행이 한창이던 98년에 장르 몰이의 여세를 타고 나온 코미디입니다. 당시엔 미적지근하거나 매서운 악평을 받았고 흥행 성적도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았죠. 지금 다시 보면 어떠냐고요? 여전히 그냥 그런 영화입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까지는 없을 듯 해요. 제가 이런 종류의 틴에이저 영화들에 관대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영화의 소재는 헌팅튼 고등학교의 졸업식이 끝난 뒤에 벌어진 졸업파티입니다. 이 영화를 끌어가는 이야기는 막 미식 축구 선수 남자 친구인 마이크에게 차인 고등학교 뷰티 퀸인 아만다에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려는 프레스턴의 처절한 모험담이지만 그건 이 영화의 아주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 영화에는 그만큼이나 많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그물처럼 얽혀있어요. 늘 자기에게 못되게 굴었던 마이크에게 복수하려는 우등생 윌리엄과 엑스 파일 광인 두 친구들, 초등학교 남자 친구였던 케니와 같은 화장실에 갇힌 드니스, 대학 생활에 대한 엉뚱한 환상을 품고 여자 친구를 찼다가 후회하는 마이크... 이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엄청나게 많은 단역들의 출연과 요란한 파티의 에너지 속에서 활기차게 전개됩니다.

많은 비평가들은 이 영화를 [포키스]나 존 휴즈의 80년대 청춘 영화들과 비교하지만 전 오히려 이 영화의 감독 겸 작가 콤비인 해리 엘폰트와 데보라 카플란이 로버트 알트먼을 흉내냈다고 생각해요. 그만큼이나 거대한 하나의 집단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대사와 플롯의 심포니를 연출하려는 알트먼의 영화와 닮았다는 거죠. 물론 알트먼 영화라는 게 알트먼도 쉽게 만들 수 없는 것이니 그들에게 무리이긴 했어요. 하지만 야심까지 무시할 수는 없죠.

이 영화에서 집중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된 건 캐리커쳐에 가까운 얄팍한 성격 묘사와 평면화된 유머였습니다. 하지만 원래부터 이 영화의 의도가 극단적인 스테레오타입들을 가지고 노는 것이었을 거예요.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뻔한 스테레오타입들을 모아놓고 칵테일처럼 뒤섞는 것이죠. 그 스테레오타입 뒤섞기는 생각만큼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의심나신다면 앙숙사이이던 윌리엄 리히터와 마이크 덱스터의 역할과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한 번 보세요. 그리고 영화는 보다 복잡하고 깊이있는 캐릭터 묘사를 허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로렌 앰브로즈가 연기한 드니스는 거의 진짜 사람처럼 보여요. 그게 좋은 캐릭터 묘사 때문인지 앰브로즈의 개인적 매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러나 지금 이 영화를 볼 때 가장 흥미로운 건 캐스팅입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십대들에게 인기있는 배우들을 긁어모아 한 몫하려는 작품이었어요. 제니퍼 러브 휴이트와 이든 임브리의 기용은 그 때문이었죠. 하지만 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와서 보면 이 영화는 전체가 거대한 숨은 그림 찾기처럼 보일 지경이죠. 그 동안 이 영화에 출연했던 수많은 배우들이 성장했던 거예요.

우선 [버피] 팬들은 오즈역의 세스 그린, 타라역의 앰버 벤슨(딱하게도 대사 하나 없답니다), 제시 역의 에릭 발포어가 이 영화에 나오는 걸 알아차렸을 겁니다. [식스 핏 언더] 팬들은 클레어 역의 로렌 앰브로즈, 페데리코 역의 프레디 로드리게스를 알아차렸을 거고요. 에릭 발포어는 [식스 핏 언더]에서 게이브로 나오기도 했으니 동수죠. 이 영화엔 그밖에도 익숙한 얼굴들이 잔뜩 숨어있습니다. 한 번 다시 비디오를 빌려 다음 배우들을 찾아보세요. 클리아 듀발, 제이미 프레슬리, 크리스 오웬, 셀마 블레어, 멜리사 조운 하트, 제리 오코넬, 제나 앨프먼, 섬머 피닉스... 리브 타일러가 목소리로만 나오니 한 번 유의하시고요. 참, 윌리엄을 연기한 찰리 코스모는 [후크]와 [딕 트레이시]의 아역배우입니다. 이 배우의 마지막 영화지요. 요샌 MIT를 졸업한 뒤 환경청에서 일하는 모양입니다만.

[더 이상 참을 수 없어]는 주목할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한 번 틴에이저 로맨스 영화가 휩쓸고 지나간 지금 와서 보면 벌써 낡아보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영화는 그럭저럭 괜찮은 유머와 대중문화 인용, 익숙한 얼굴들로 가득 차 있고 이 정도면 1시간 반을 깊은 생각없이 즐길만 합니다. 점점 숨은 그림 찾기의 재미가 영화 고유의 매력을 넘어서는 것 같지만 말이죠. (03/10/08)

DJUNA

기타등등

[엑스 파일]이 벌써 구식 유행처럼 보이니, 그 동안 세월 참 빨리 지나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