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피터 하이암즈 Peter Hyams

주연
엘리엇 굴드....로버트 콜필드
Elliott Gould....Robert Caulfield
제임스 브롤린....찰스 브루베이커
James Brolin....Charles Brubaker
브렌다 바카로....케이 브루베이커
Brenda Vaccaro....Kay Brubaker
샘 워터스턴....피터 윌리스
Sam Waterston....Peter Willis
O.J. 심슨....존 워커
O.J. Simpson....John Walker
할 홀브룩....제임스 켈로웨이 박사
Hal Holbrook....Dr. James Kelloway
카렌 블랙....주디 드링크워터
Karen Black....Judy Drinkwater
텔리 사발라스.....올바인
Telly Savalas....Albain

아폴로 우주선들의 달착륙 만큼이나 음모론자들에게 매력적인 소재는 많지 않습니다. 그중 가장 재미있는 건 달착륙이 가짜였다는 설이지요. 전세계 시청자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보았던 착륙 장면은 모두 지구의 세트에서 조작되었다는 것입니다. 목적은? 소련과의 경쟁에서 치사하게라도 이기고 싶었거나, 달에 정말 뭔가 대단한 것이 있어서 그걸 비밀로 붙이고 싶어서였겠지요.

진실 여부야 어쨌건, 피터 하이암즈의 영화 [카프리콘 원]이 이 음모론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건 거의 100 퍼센트 확실합니다. 단지 영화는 달탐사 여행을 화성 탐사 여행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 있을 뿐이죠.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카프리콘 원이라는 유인 화성 탐사 계획을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우주선이 막 발사되기 직전에 세 우주인들은 우주선 밖으로 끌려 나가고 우주선은 그들 없이 발사됩니다. 우주선의 생명 유지 장치가 작동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자, 궁지에 몰린 높은 양반들이 화성 탐사 자체를 조작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협박에 못 이겨 가짜 착륙쇼를 연출하던 우주인들은 착륙선이 지구 대기 진입 중 파괴되자 자기네들이 살해당할 것이 분명하다는 걸 알고 탈출합니다. 그동안 우연히 진상을 알게 된 기자 콜필드는 사라진 우주인들을 쫓고요.

[카프리콘 원]이 아직도 일부 관객들에게 컬트 영화 노릇을 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아이디어 때문입니다. 영화 자체보다는 70년대부터 우후죽순 늘어나던 음모론자들의 구미에 맞는 내용이 더 유효했던 것이죠.

정작 영화 자체는 허술합니다. 사실 아이디어도 허술하기 짝이 없죠. 이 영화의 악역은 정부를 쥐고 흔들만큼 거대한 집단입니다. 그런데 그런 집단이라면 그렇게 복잡한 음모를 꾸미느니 차라리 생명 유지 장치가 다시 정비될 때까지 발사를 연기하게 압력을 행사하는 게 더 나은 계획이 아니었겠어요? 증인 제거도 마찬가지에요. 그냥 사고로 위장해서 죽이면 되지, 왜 쓸데없이 수고를 해서 존재 자체를 말살합니까?

하이암즈의 각본은 아이디어가 최소한도로 제공해줄 수 있는 드라마 이상은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콜필드는 건너 들은 정보로 우주인을 찾아내지만 그건 순전히 운입니다. 우주 비행사들이 하는 일은 걷는 것밖에 없고요. 이들의 캐릭터는 너무 약해서 관객들에게 어떤 감흥도 줄 수 없습니다. 하긴 그런 밋밋함이 너무 지나쳐서 영화가 다큐멘터리 터치 비슷한 걸 만들어내려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까지 들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괜찮은 장면들이 있습니다. 특히 후반에 펼쳐지는 헬리콥터 추적신은 상당히 좋습니다. 물론 첨단 컴퓨터 그래픽으로 무장한 요새 추적전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밋밋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카프리콘 원]은 70년대 관객들에게 훨씬 재미있게 느껴졌을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그 때 관객들에게 주었던 자극은 이제 별게 아닌 것이 되어 버렸고 그 결과 영화의 힘도 약해져 버렸습니다. 운명이라면 운명이겠죠. (01/01/29)

DJUNA

기타등등

OCN 상영 시간은 97분. 원래 상영 시간 124분보다 거의 30분 가까이 짧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