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그레엄 클리포드 Graeme Clifford

주연
나타샤 헨스트리지....레이첼 서덜랜드
Natasha Henstridge....Rachel Sutherland
로렌 휴튼....신시아 서덜랜드
Lauren Hutton....Cynthia Sutherland
조나단 섀치....데이빗 J. 맥밀런
Johnathon Schaech....David J. McMillan
마이클 필리포위치....잭 펠리그리노
Michael Filipowich....Jack Pelligrino
데이빗 맥킬레스....알랜 크랜서
David McIlwraith...Alan Crancer
로빈 브륄레....크리스티 다이어
Robin Brûlé...Christy Dyer
로이 루이스....에드먼드 므캄바티
Roy Lewis....Edmund Mkambati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뉴욕 자연사 박물관에서 일하는 (흠... 직장에서 [프렌즈]의 로스를 만났을지도 모르겠군요) 고독한 조류학자 레이첼 서덜랜드는 어느날 두 명의 FBI 요원이 찾아와 비밀 감시 업무를 위해 아파트를 빌려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레이첼은 나중에 들어온 세번째 요원 맥밀란과 묘한 관계에 빠지는데, 당연히 그들의 관계는 이들이 진짜 FBI 요원이 아닌 국제적인 암살단이라는 이유 때문에 깨지고 말죠. 레이첼은 얼떨결에 암살을 막아내지만 결코 목격자를 용납하지 않는 맥밀란 덕택에 자신 뿐만 아니라 친구와 어머니의 목숨까지 위협을 받게 됩니다.

[카라카라]는 도입부는 꽤 괜찮습니다. 독창적은 아니더라도 관객들의 관심을 끌만한 서스펜스 영화를 예고하고 있죠. 고독한 조류학자라는 주인공의 설정은 좋습니다. 주인공과 어머니의 관계 역시 캐릭터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재료가 될 수 있고요. 연인이 될 뻔하다가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사이로 발전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부분도 이 기본 약속들이 제시되고 활용될 때입니다. 정확히 레이첼이 엉겁결에 암살을 막아낼 때까지가 그렇죠.

그러나 그 뒤로는 이야기가 흩어지기 시작합니다. 아마 범죄의 성격 때문일 거예요. 맥밀런의 범죄는 국제적 거물의 암살인데, 그 통에 사건이 너무 커져서 레이첼이 개입되는 게 이상할 정도의 사건이 되고 맙니다. 그걸 커버하기 위해 진짜 암살자나 경찰이 보면 울화통이 터질 정도로 엉성한 사건 처리들이 이어지죠. 맥밀런은 진짜로 중요한 암살 음모 따위는 밀어둔 채 목격자 제거에 나서고 (그가 진짜로 똑똑했다면 애당초부터 목격자를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고 만들었어도 목격자가 이미 진술을 끝낸 뒤에 목격자 사냥같은 걸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경찰들은 중요한 목격자 보호에 영 건성입니다. 이렇게 일을 엉성하게 벌여놨으니 평범한 조류 학자인 레이첼이 사건 해결에 나선다는 핑계가 생기는 거죠.

그래도 영화는 그 뒤에도 예측이 쉽지 않은 몇 가지 방향 전환을 시도합니다. 대통령 암살 음모가 발각된 뒤에도 계속 조금씩 새로운 진실이 밝혀지는 겁니다. 유감스럽게도 이 복잡한 암살 음모는 플롯에 담기엔 지나치게 복잡했습니다. 너무 복잡해서 아무리 설명을 늘어놔도 뭔가 빠진 것 같죠.

그러는 동안 앞에 제시되었던 약속들이 슬슬 깨지기 시작합니다. 레이첼과 어머니의 갈등은 액션 속에서 너무나도 손쉽게 해결되고 카라카라는 암살자의 엉성한 상징이 됩니다. 레이첼과 암살자 사이의 긴장감도 갈수록 떨어져가고요.

하긴 저예산 HBO 액션 영화에 제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 각본은 충분히 나아질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제시된 재료만 제대로 조립해도 훨씬 훌륭한 액션 영화가 될 수 있었어요. 하긴 그랬다면 극장 개봉도 가능할 수도 있었겠지요.

배우들은...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전 나타샤 헨스트리지가 그렇게 싫지가 않습니다. 왠지 모르게 낯익은 얼굴 때문인가? 이유를 알려면 퇴행 최면을 받아야 할 것 같아요. 하여간 헨스트리지는 [스피시즈] 때보다 훨씬 배우처럼 보입니다. 알콜 중독자 어머니 역의 로렌 휴튼 역시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고요. 단지 암살자 역을 맡은 조나단 섀치는 심각할 정도로 무게가 떨어지는군요. (00/08/12)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국내 비디오 버전에는 제목이 [The Last Witness]라고 나와 있습니다. 이런 영화에 제목이 둘 이상 붙어 있는 건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미국 DVD 출시본과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이 영화에서 암살 대상이 되는 국제적 인물은 가공의 아프리카 국가의 가공의 대통령인데, 제가 읽은 대부분의 리뷰에서는 그가 바로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라고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