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크 샌드리치 Mark Sandrich

주연
프레드 아스테어....토니 플래그
Fred Astaire....Tony Flagg
진저 로저스....아만다 쿠퍼
Ginger Rogers....Amanda Cooper
랠프 벨라미....스티븐 아든
Ralph Bellamy....Stephen Arden
루엘라 기어....코라 고모
Luella Gear....Aunt Cora
잭 카슨....토머스 코너스
Jack Carson....Thomas Connors
클래런스 코브....조 트래버스 판사
Clarence Kolb....Judge Joe Travers
프랭클린 팽본....롤랜드 헌터
Franklin Pangborn....Roland Hunter
월터 킹스포드....파워스 박사
Walter Kingsford....Dr. Powers
케이 서튼....미스 아담스
Kay Sutton....Miss Adams

토니와 아만다

[케어프리]에서 프레드 아스테어의 직업은 정신분석의입니다. 이름하여 토니 플래그 박사. 그가 지금까지 한 역들 중 가장 어울리지 않는 역할이죠. 물론 한동안 댄서의 꿈을 꿨던 사람이라 능숙하게 춤도 추고 노래도 적당히 잘 부른다는 설정입니다. 억지지만 진저와 프레드가 주연인 영화인데, 이런 핑계가 없으면 곤란하지요.

물론 이 이야기에서 진저는 환자입니다. 사실은 환자가 아니라 친구인 환자(이래도 되나?)의 약혼녀예요. 하여간 진저의 캐릭터 아만다가 자꾸 결혼을 미루려 하니까 뭔가 문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 친구가 정신분석을 의뢰한 거예요. 물론 진저에겐 아무런 정신적 이상이 없습니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생긴다면 모를까.

이 영화의 설정은 조금 특이한데, 쫓고 쫓기는 쪽이 반대입니다. 보통 이들 영화에서 쫓기는 쪽은 진저이고 쫓는 쪽은 프레드잖아요. 아만다는 토니와 춤을 추는 꿈을 꾸고 토니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토니는 아만다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알고 분석을 중단하려 하지만 아만다는 토니와 같이 있기 위해 꾸지도 않은 꿈 이야기를 만들어내죠. 호기심이 당긴 토니는 아만다의 상태를 분석하고 치료하려 하지만 엉뚱한 소동만 일으킵니다.

현대 관객들에게 이 이야기는 30년대만큼 와 닿지는 않습니다. 우선 정신분석과 정신의학에 대한 관점이 그 동안 많이 바뀌었지요. 이 영화에서도 정신분석은 농담의 대상이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루는 방식은 많이 구식입니다. 영화 속의 코미디도 그렇게 즐겁지는 않은데, 그건 영화 중후반부의 아만다가 토니의 약물과 최면 요법에 걸려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물론 약물에 취해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구는 진저 로저스의 모습은 정말로 사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우린 진저와 프레드 영화에서 이보다 평등하고 공정한 관계를 기대합니다. 적어도 뭔가 잘못 되었다면 잘못 되었다고 분명히 말해주길 바라요. 이 영화의 토니처럼 얼렁뚱땅 최면으로 다 해결하려 하지 말고 말이죠.

그래도 영화에는 멋진 뮤지컬 시퀀스들이 있습니다. 아만다의 꿈에 나오는 [I Used to Be Color Blind]는 어떤가요? 이 댄스 장면은 중간에 갑자기 고속촬영으로 전환되지만 배우들은 여전히 리듬을 전혀 놓치지 않습니다. 설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토니가 최면에 걸린 아만다와 함께 춤을 추는 [Change Partners]도 아름답고요. 도입부에서 프레드 아스테어는 하모니카를 불거나 골프를 치는 것과 같은 제한된 동작으로도 얼마나 근사한 춤을 연출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도 합니다. 여전히 재능있는 사람들이 능숙하게 만든 양질의 오락물이에요. 단지 소재가 그렇게 잘 맞아 떨어지지 않았을 뿐이지. (08/11/10)

DJUNA

기타등등

[I Used to Be Color Blind] 시퀀스는 원래 컬러로 찍을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제작비 때문에 포기했다고 해요. 아쉽죠. 노래 제목부터가 컬러용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