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허크 하비 Herk Harvey

주연
캔대스 힐리고스....메리 헨리
Candace Hilligoss....Mary Henry
프랜시스 페이스트....토머스 부인
Frances Feist....Mrs. Thomas
시드니 버거....존 린든
Sidney Berger....John Linden
아트 엘리슨....목사
Art Ellison....Minister
스탠 리비트....사무엘즈 박사
Stan Levitt....Dr. Samuels

1.

캔자스 주의 로렌스는 결코 제2의 할리우드라고 불릴만한 곳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작은 소도시에 위치한 센트론이라는 영화사는 수십년 동안 수천수백만명의 미국 관객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영화들을 제작해왔습니다.

센트론의 주상품은 교육용/홍보용 영화들이었습니다. 특히 이 회사에서 제작한 '정신위생물'이 당시 미국 청소년들한테 끼친 영향력은 대단했습니다. 센트론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열악한 조건과 제한된 소재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양질의 작품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센트론의 역군 중에는 허크 하비라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센트론에서 배우로 일을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감독도 겸했던 사람이었지요. 그에게 어떤 예술가적인 야심이 있었을까요? 언젠가 센트론을 박차고 나와 할리우드에 뛰어들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을까요? 알 수 없죠. 하지만 적어도 그는 센트론의 작품들을 하찮게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는 은퇴할 때까지 센트론의 충실한 기둥으로 남았고 그가 만든 모든 작품들에 진지했습니다.

1961년, 허크 하비의 규칙적인 생활에 작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당시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센트론 영화를 찍고 다시 캔자스로 돌아오던 중이었습니다. 차로 솔트레이크를 지나치던 그는 솔트에어라는 낡은 유원지를 발견했습니다. 솔트에어는 세기초만 해도 사람들이 북적거리던 유명한 곳이었지만, 끊임없이 이어진 화재와 경제적 재앙으로 인해 당시엔 거의 버려진 상태였습니다.

하비는 버려진 유원지의 황량한 모습에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영화감독답게 그는 어떻게 하면 이 유원지를 로케이션으로 쓸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건전한 센트론 영화의 로케이션으로는 어림없었지요. 솔트에어가 필요한 장르는 당연히 호러였습니다.

캔자스로 돌아간 하비는 센트론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던 동료 존 클리포드에게 솔트에어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솔트에어를 배경으로 하는 호러 영화의 각본을 쓸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클리포드와 하비는 쉬는 시간이 날 때마다 [영혼의 카니발]이라는 제목의 각본에 매달렸습니다. 물론 클라이맥스는 솔트에어를 무대로 하고 있었습니다.

각본이 완성되자, 하비는 3주 휴가를 냈습니다. 아는 사람들한테 어떻게 어떻게 3만 달러를 꾸어서 돈을 마련한 그는 센트론의 장비를 이용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스탭들은 아르바이트 대학생 2명을 포함한 6명이 전부였고, 배우들은 대부분 센트론의 무명 배우거나 아마튜어였습니다. 단지 비중이 큰 주연은 뉴욕에서 온 풋나기 메소드 배우인 캔대스 힐리고스에게 돌아갔습니다.

하비는 허겁지겁 완성한 [영혼의 카니발]을 들고 배급사를 찾아 헤맸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그는 그렇게 운이 좋지 못했습니다. 그가 만든 영화는 쉽게 팔 만큼 장르 성격이 분명한 작품이 아니었거든요. 한참 동안 고생하던 그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허츠-라이온 사의 켄 허츠에게 영화를 넘겼습니다.

결코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하비는 아트 하우스 관객들을 겨냥하고 영화를 만들었지만, 허츠-라이온은 5분 분량을 잘라낸 뒤 드라이브 인 시어터의 동시 상영용으로 영화를 틀었습니다. 영화로 돈을 벌자 회사는 문을 잽싸게 닫았고, 켄 허츠는 돈을 챙겨 들고 유럽으로 달아났습니다. [영혼의 카니발]을 발판 삼아 다른 극장용 영화를 제작하려던 하비의 소박한 희망은 박살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흐르면서 [영혼의 카니발]은 조금씩 조금씩 팬을 얻어갔습니다. 팬들은 대부분 심야 영화 시간에 이 영화를 보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영화도 서서히 '컬트 영화'가 되었던 거죠.

1989년, [영혼의 카니발]은 영광스럽게 귀환했습니다. 감독판으로 재개봉된 영화는 새로운 팬들을 얻었고, 첫번째 개봉 때와는 달리 언론의 관심 역시 대단했습니다. 98년에는 이 영화의 리메이크 버전이 제작되기도 했지요.

그렇다고 이 관심이 허크 하비의 새로운 영화로 이어지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허크 하비는 1996년에 사망했고 [영혼의 카니발]은 그의 유일한 영화로 남았습니다. 센트론에서 감독한 400여편의 영화들을 예외로 한다면 말입니다.

2.

그렇다면 [영혼의 카니발]은 어떤 영화일까요? 줄거리는 이렇답니다. 다리에서 떨어진 차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인 메리 헨리는 사고 이후 유타에 있는 교회에서 오르가니스트 자리를 얻습니다. 하지만 여행이 시작되면서부터 이상한 남자의 모습(얼굴에 하얀 분칠을 한 허크 하비가 직접 연기하고 있습니다)이 메리의 뒤를 쫓아요. 유타에 도착한 뒤에도 메리 헨리의 악몽은 이어지는데, 이 모든 끔찍한 악몽의 중심에는 버려진 솔트에어 유원지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끝에는 상당히 큰 반전이 있습니다. 여기서 노골적으로 밝히지는 않겠지만 그렇게까지 놀라운 것은 아니지요. 앰브로즈 비어스의 유명한 단편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가장 많고 [트왈라이트 존]의 어떤 에피소드를 언급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어쨌건, 당시에는 꽤 놀라웠을지 몰라도 지금도 그렇게 놀랍지는 않은 이야기지요.

그러나 결말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 영화가 85분이나 되는 러닝타임을 능숙하게 버텨낼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 전체가 결말의 반전에 의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결말 부분은 영화를 설명하는 데 필수적이고, 반전 역시 자기 역할을 합니다만, 꼭 마지막 반전을 결말로 삼지 않았어도 영화의 힘이 많이 죽지는 않았을 겁니다.

조금 더 깊이 내려가면 영화가 보기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트왈라이트 존]식 "사실은 이랬어, 놀랐지?" 이상의 이야기라는 거죠.

주인공 메리 헨리의 캐릭터 설정부터 그렇습니다. 결코 흔히 볼 수 있는 호러 영화 주인공은 아니지요. 그녀는 차갑고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있으며 어떤 종류의 육체적 욕구도, 사회적 교류에 대한 욕망도 없는 듯 보입니다.

이런 사람이 사고 이후 죽음과 관련된 환상에 시달리는 것입니다. 왜? 존 클리포드와 허크 하비는 이 설정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메리 헨리는 사고 이전부터 죽은 사람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정작 죽음의 악몽에 사로잡히자 지금까지 그녀가 무시했던 삶에 대한 욕구에 매달린다는 것이었지요. 간결하고 잘 짜여진 아이러니입니다. 방향도 정확했고요.

이 이야기는 보다 복잡한 내용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가장 쉽고 안이한 방법은 정신분석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방법이야 많죠. 정신분석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니까. 메리를 따라다니는 정체불명의 남자는 메리가 억누르고 있던 성적 욕구가 변형된 것일 수도 있고 강간공포증이 구체화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를 죽음에 대한 갈망이나 두려움과 연결시키는 것도 가능하고요. 재미있는 건 클리포드와 하비가 만들어낸 이 미로 속에서는 모순되는 대립쌍의 양쪽 모두 먹힌다는 것이죠. 바로 그게 공포 영화라는 장르의 장점이겠지만요.

조금 더 좁고 깊게 파고 들면 우리는 정신분열증에 대한 흥미로운 영화와 마주치게 됩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한 여자가 점점 미쳐가는 과정을 다룬 영화입니다. [리펄션]이 연상되지요? 그러나 [영혼의 카니발]이 [리펄션]보다 먼저입니다. 폴란스키가 이 영화를 보았는지 모르겠군요.

좀 더 거창한 방법을 써서 메리 헨리의 이야기를 현대인의 사회적 고립에 대한 은유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근사한 장면에서 메리는 투명인간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립니다. 메리는 필사적으로 그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하지만 그들은 그녀를 보지도 듣지도 못하죠.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이 끔찍한 장난은 우리의 왜소함을 가장 직접적으로 폭로하는 수단이 아닐까요?

이런 식의 해석이 싫다면, 보다 단순하게 접근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건 죽음에 대한 운명론적인 접근과 관계 있습니다. 우린 아직도 삶과 죽음이 사전에 정해져 있다는 옛 시대의 믿음을 따르고 있습니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라는 목소리를 듣고 다시 죽음에서 돌아오지 않습니까?) 이 믿음에 따른다면 이렇게 됩니다. 어떤 사람이 죽음의 운명에서 탈출한다면 죽음은 끝까지 그 사람의 뒤를 쫓아 어떻게든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는 겁니다. 메리의 이야기는 가사체험자의 것과 정반대인 것이죠.

영화는 정신분석의 현대적 외피를 입을 때보다는 삶과 죽음에 대한 오래된 믿음과 두려움을 따를 때 가장 잘 먹힙니다. 이 영화의 진짜 공포는 여자 주인공의 뒤를 쫓는 이상한 괴물한테서 오는 게 아니라 존재의 거부, 영혼의 상실에서 옵니다. 유신론자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무신론적 악몽인 것이죠.

3.

솔직히 말해 [영혼의 카니발]은 기술적으로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닙니다. 허크 하비는 노련한 교육 영화 감독이었지만 상업 영화는 처음이었습니다. 존 클리포드는 코미디 대사나 광고 카피에는 전문가였지만 영화 각본은 역시 처음이었지요. 그들은 어떻게 보면 노련한 초보자였던 셈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3주 동안 번개불에 콩볶아먹듯 영화를 하나 찍었으니, 할리우드처럼 매끄러운 영화를 만들 수는 없었던 것이죠.

웬만한 영화과 학생이라면 이보다 훨씬 날씬한 영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영혼의 카니발]은 거칠고 아마튜어 티가 나는 작품입니다. 연기는 거칠고 편집은 툭툭 튀며 종종 모든 게 대책없을 정도로 촌스러워집니다.

게다가 하비는 자기 능력 이상의 야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의 계획은 '잉마르 베리만의 영화처럼 보이고 장 콕토의 영화와 같은 분위기를 내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답니다! 서툰 스탭과 연기자를 데리고 극저예산 동네 영화를 찍는 초짜 감독이 이런 엄청난 야심을 안고 있었으니 종종 능력 부족이 야심과 충돌하는 것도 당연했죠.

그러나 이런 촌스러움과 서툼은 영화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영화에 나름대로의 이상한 매력을 부여하지요.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유명한 존재 상실 장면에서 메리는 하이힐을 따각거리며 시내를 달려가는데, 사운드가 메리의 발걸음과 잘 맞지 않습니다. 사운드를 직접 담당했던 하비의 실력이 딸렸던 거죠. 그런데 정작 영화를 보면, 이런 기술적 실수가 영화의 꿈결 같은 초현실주의를 멋지게 강조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감독판을 낼 때 하비가 사운드를 수정하라는 요구를 거절했던 것도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영혼의 카니발]은 어쩌다 실수로 나온 영화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영혼의 카니발]은 서툰 영화지만 결코 예술적으로 시시한 작품이 아닙니다. 허크 하비는 에드 우드가 아니었습니다. 그에게는 재능이 있었습니다. 각본을 썼던 존 클리포드, 촬영을 맡았던 모리스 프래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영혼의 카니발]은 재능은 있었지만 그걸 제대로 펼칠 기회 없이 캔자스 구석에서 썩고 있었던 사람들이 선인장꽃처럼 잠시 피어올랐던 결과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열악한 조건의 딸이기도 했습니다. 하비의 팀에겐 특수 효과를 쓸 돈도, 대규모의 세트를 세울 돈도 없었습니다. 이 빈 틈을 채우기 위해 그들은 더 도전적이 되었던 것이죠.

그들은 순전히 분위기로만 일관하는 호러 영화를 만든다는 아주 어려운 방법을 택했습니다. [영혼의 카니발]에는 폭력이 거의 없고 고어는 전혀 없으며 심지어 살인도 없습니다. 황량한 화면과 분장한 엑스트라들로 모든 걸 해낸 겁니다.

[영혼의 카니발]을 지배하는 분위기는 황량함입니다. 이 황량함은 영화의 흑백 화면에 의해 강조됩니다. 이 영화에서 일어나는 액션의 대부분은 콘크리트로 도배한 것 같은 도시의 환한 대낮에 일어납니다. 지나치게 밝은 화면과 번들거리는 콘트리트의 질감 때문에 스크린에 나타나는 도시는 기괴한 비현실성을 부여받습니다. 원폭에라도 맞아 모두가 멸종한 듯한 그런 황량한 비현실성을요. 그런 비현실성이 너무나 익숙한 미국의 일상적인 삶 속에 그대로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 황량함은 사운드가 제거되었을 때 더 극적으로 강조됩니다. 메리가 존재의 상실을 경험하는 동안, 하비는 메리가 내는 소리를 제외한 모든 사운드를 빼버립니다. 그 때 메리가 느끼는 고립감은 정말 공포스럽습니다.

사운드의 부재만큼 중요한 것은 음악입니다. 진 무어라는 작곡가 겸 오르가니스트가 이 영화에 오르간 음악을 제공해주고 있는데, 무어의 사운드트랙은 미국 호러 영화 사상 가장 기괴한 음악 중 하나입니다. 어떤 때는 야구장 배경 음악처럼 촌스럽고 조잡하지만 어떤 때는 정말 음악이 유령을 불러온다고 믿어버릴 지경입니다.

배우들은?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한테서 아카데미상 수준의 연기를 기대해서는 안되겠지요. 그들의 서툰 연기는 우스꽝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영화를 되풀이 보다보면 그들의 연기가 첫인상만큼 서툴지 않으며, 종종 놀랄만큼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주연 배우인 캔대스 힐리고스는 나름대로 프로페셔널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 사람의 예민한 외모도 메리 헨리라는 캐릭터에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고요. 게다가 싸구려 영화라는 걸 고려하면 상당한 미인이어서 (블라이스 대너와 많이 닮았어요) 영화가 괜히 더 비싸보입니다.

4.

[영혼의 카니발]의 영화사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독립영화라는 개념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때에 만들어진 초창기 독립영화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선구자적인 작품입니다. 특히 [이블 데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블레어 위치]와 같은 극저예산 호러 영화들은 [영혼의 카니발]의 직계 후손입니다.

후배 영화인들한테 끼친 영향은 어떨까요? 조지 로메로에게 이 작품이 끼친 영향은 분명합니다. 로메로 자신도 인정했으니까요. 로메로의 걸작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 나오는 좀비들은 [영혼의 카니발]에 나오는 유령들한테서 직접 영향을 받았습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현대 좀비 영화의 어머니라면 [영혼의 카니발]은 할머니쯤 되는 셈이죠.

후대의 다른 영화들한테 끼친 영향은 그보다 덜 분명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로만 폴란스키의 영화에서, 데이빗 린치의 영화에서 [영혼의 카니발]의 메아리를 엿들을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연주되던 무어의 오르간 음악처럼, [영혼의 카니발]은 서서히 후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던 겁니다.

5.

그런데 왜 제가 이 글을 다시 쓰고 있는 걸까요? 그건 얼마 전에 이 영화의 DVD 버전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크라이테리언에서 두 장 짜리 DVD를 냈는데, 이 싸구려 B급 영화에 정말 굉장한 대접을 해주고 있습니다.

우선 영화는 감독판과 오리지널 극장 개봉 버전 둘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모두 화질이 너무 좋아서 제가 가지고 있던 구닥다리 비디오테이프에 담겨 있는 영화와 같은 작품이라는 게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입니다. 정말 엄청나게 달라보여요. 훨씬 프로페셔널해 보이고 심지어 연기도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드는군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옆방 청년 린든이 메리 헨리를 엿보는 장면의 대책없는 촌스러움까지 지워버린 건 아니지만요.

부록도 좋습니다. 각본가인 존 클리포드와 작고한 감독 허크 하비의 오디오 코멘터리가 수록되어 있고 하비, 클리포드, 캔대스 힐리고스의 인터뷰, 예고편, 편집 과정 중 삭제되었던 장면들, 무대가 되었던 솔트에어의 역사도 담겨 있습니다. 로렌스의 동네 방송국에서 일하는 빌 셰이퍼라는 사람이 만든 두 편의 다큐멘터리도 있군요. 두 편 모두 동네 방송국의 싸구려 느낌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들인데, 영화와 썩 잘 어울립니다.

DVD의 가장 재미있는 부록은 하비와 클리포드가 만들었던 센트론 영화들입니다. 캔자스 홍보 영화에서 학교 정책 소개 다큐멘터리, 작업장 안전 수칙 교육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요. 그 중 우리한테 가장 흥미로운 작품은 하비가 감독한 [한국의 표정]이라는 작품입니다. 하비가 78년에 한국에 와서 찍은 교육용 영화인데, 이 영화를 보는 건 정말 초현실적이기까지 한 경험이었습니다. 솔트레이크의 흑백 유령을 보기 위해 사들인 DVD에서 난데없이 박정권 말기의 한국이 옛날 유행가와 함께 펼쳐지다니요! (00/05/25)

DJUNA

기타등등

[영혼의 카니발]은 웨스 크레이븐 제작, 아담 그로스먼 감독으로 98년에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하지만 극장 개봉은 못하고 곧장 비디오로 넘어갔어요. 평이 아주 안좋더군요. 원작과 스토리도 별로 닮지 않았고요.

이 영화의 리메이크 계획은 원래 캔대스 힐리고스의 아이디어였다지만 웨스 크레이븐이 거의 훔쳐가다시피 했대요. 힐리고스는 이 영화에 대해 아주 언짢은지 The Astonishing B-Monsters와의 인터뷰에서 상당한 악담을 늘어놓더군요. 리메이크 제작자들은 힐리고스에게 카메오 출연을 제의했지만 당연히 거절했다고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