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안토니오 마르게리티 Antonio Margheriti

주연
조르주 리비에르....앨런 포스터
Georges Rivière....Alan Foster
바바라 스틸....엘리자베스 블랙우드
Barbara Steele....Elisabeth Blackwood
헨리 크루거...카무스 박사
Henry Kruger....Dr. Carmus
마르가레테 로브삼....줄리아
Margarete Robsahm....Julia
실비아 소렌테....엘시
Silvia Sorrente....Elsi
실바노 트란킬리....에드가 앨런 포우
Silvano Tranquilli....Edgar Allan Poe

엘리자베스와 앨런

[죽음의 춤]은 에드가 앨런 포우의 작품을 각색한 영화라고 우기고 있지만 그건 참 뻔뻔스러운 거짓말입니다. 이들이 원작이라고 주장하는 [죽음의 춤]이라는 작품은 존재하지도 않거든요. 영화 팔기 위해서 유명한 작가의 이름을 멋대로 가져온 것이죠.

그러나 이 영화와 에드가 앨런 포우가 아무 연관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포우는 이 영화의 중요 조연 중 한 명이거든요. 그는 영화 도입부에 나와 자신의 단편인 [베레니스]의 결말부분을 들려주기도 하니 포우의 원작이 어느 정도 사용된 것도 맞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포우를 어느 정도 흉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죽음의 춤]의 설정은 전형적인 '귀신들린 집' 호러 영화의 공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에드가 앨런 포우를 인터뷰하러 온 앨런 포스터라는 작가가 포우와 그의 친구 토머스 블랙우드 경 (아마 앨저넌 블랙우드의 할아버지쯤 되나 봅니다)한테서 악명높은 귀신들린 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포스터는 그들과 그 안에서 만성절날 밤을 보내는 내기를 걸고 성으로 들어가죠. 그는 그 안에서 엘리자베스 블랙우드라는 정체불명의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그가 죽은 자들의 세계에 들어와 있다는 걸 알게 될 때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죽음의 춤]은 센세이셔널한 악몽과도 같은 영화입니다. 앨런 포스터가 성 안에서 겪는 일련의 경험은 분명한 스토리를 따라 전개되지는 않죠. 유령들이 벌이는 드라마들은 그들이 마지막 날에 겪었던 일의 끝없는 반복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유령들은 굉장히 폭력적인 편이라 끝도 없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목숨을 날려버리고, 그 결과 초자연적인 살육의 사슬들로 연결된 유령들의 무리가 성 안에 가득차게 됩니다.

영화는 끈끈하고 불쾌합니다. 일부는 감독의 의도 때문이고, 일부는 그 동안 사람들의 가치관이 바뀌었기 때문이죠 (중반에 나오는 레즈비언 강간 장면과 같은 게 그래요). 통제못할 욕망이 부글거리는 거의 자유연상과도 같은 스토리의 전개 때문에 영화의 악몽 같은 분위기가 더 강렬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이 당시 만들어진 이탈리아 호러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죽음의 춤]도 며칠밖에 안되는 시간 동안 저예산으로 후닥닥 찍어낸 영화입니다. 하지만 안토니오 마르게레티는 그 적은 자원을 상당히 잘 살려냈습니다. 흑백 이미지는 강렬하고 염치없이 쏟아대는 센세이셔널리즘은 적당히 조율되어 있습니다. 여전히 거칠고 투박한 B급 영화 분위기가 풀풀 풍기지만 그래도 인상적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어요.

바바라 스틸 팬들에게도 이 작품은 기억할만한 작품입니다. 여전히 더빙이지만 그래도 스틸의 연기가 분명히 눈에 들어오는 대표작들 중 하나니까요. 스틸은 이 영화를 보지도 않았던 모양이지만 말이에요. 영화학도들은 나중에 나온 비슷한 악몽의 영화인 바바의 [리사와 악마]와 이 작품을 비교하는 재미를 누릴 수도 있겠군요. (02/11/19)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감독인 안토니오 마르게리티 (일명 안소니 M. 도슨)은 지난 11월 4일 사망했지요. 명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