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니콜라스 하이트너 Nicholas Hytner

주연
아만다 슐....조디 소여
Amanda Schull....Jody Sawyer
조이 살다나....이바 로드리게스
Zoe Saldana....Eva Rodriguez
수잔 메이 프랫....모린 커밍즈
Susan May Pratt....Maureen Cummings
피터 갤러거....조나단 리브즈
Peter Gallagher....Jonathan Reeves
도나 머피....줄리엣 시몬
Donna Murphy....Juliette Simone
데브라 몽크....낸시 커밍즈
Debra Monk....Nancy Cummings
에단 스티펠....쿠퍼 닐슨
Ethan Stiefel....Cooper Nielson
사샤 라데츠키....찰리 심즈
Sascha Radetsky....Charlie Sims
줄리 켄트....캐슬린
Julie Kent....Kathleen
일리야 쿨릭....세르게이
Ilia Kulik....Sergei
이온 베일리....짐 고든
Eion Bailey....Jim Gordon
샤킴 애반즈....에릭 존스
Shakiem Evans....Erik Jones

쿠퍼, 조디, 찰리

[열정의 무대]는 종종 발레 버전 [페임]으로 여겨지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도 [페임]처럼 같은 학교에 다니는 풋풋한 공연 예술가 지망생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까요.

영화의 무대는 아메리칸 발레 아카데미라는 뉴욕의 학교입니다. (정말 이런 학교를 찾으려고 링컨 센터 근처를 뒤지지 마세요. 실제로 존재하는 학교는 아니니까요.) 영화가 시작되면 오디션에서 선발된 수많은 학생들이 뉴욕으로 올라옵니다. 그들과 그들보다 먼저 학교에 들어온 수많은 풋내기들이 아메리칸 발레 센터의 솔로이스트가 되겠다는 꿈을 향해 필사적으로 질주하고 있지만 앞에 놓인 길은 험하디 험하군요. 부족한 테크닉 때문에 애를 먹는 학생도 있고, 학교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으며, 늘어나는 체중 때문에 쫓겨날 위기에 처한 학생도 있고, 뛰어난 테크닉을 지니고 있지만 발레를 한다는 것 자체에 서서히 회의감을 품게 되는 학생도 있습니다.

물론 갈등을 만들고 플롯을 구축하기 위해 보다 전형적인 스토리들도 사용됩니다. 우리의 주인공 조디 소여는 발레 스타 쿠퍼 닐슨과 동료 학생인 찰리 사이에서 삼각 관계에 빠집니다. 그리고 이 모든 갈등은 쿠퍼 닐슨이 안무하는 마지막 발레에 반영된답니다! :-)

결코 독창적인 영화는 아닙니다만, 그걸 트집잡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원래 이런 종류의 뮤지컬 영화들은 내용이 비슷하기 마련이고, 또 관객들은 그런 뻔한 이야기를 예상하고 왔으니까요. 물론 독창적이고 훌륭한 내용의 뮤지컬 영화를 볼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좋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진부한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온다고 해서 영화가 안이한 것은 아닙니다. 이 장르에서 중요한 것은 스토리의 독창성이 아니라 풋풋하고 잘생긴 젊은이들이 땀을 흘리며 저 같은 사람들은 꿈도 꿀 수 없는 방식으로 몸을 공중에 집어 던지는 걸 보는 것일테니까요.

문제가 있다면 스토리의 진부함이 아니라 그 진부한 이야기를 꽤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었던 디테일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꼭 문제라고 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보다 나은 영화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놓쳤다고 할 수 있죠. 영화는 식사 장애, 체중 문제, 고유의 테크닉과 장르와 같은 발레 세계의 소재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약합니다. 무용수라는 사람들 대신 지엽적인 사실들에 집착했기 때문에 겉꾸밈이라는 느낌이 강해요. [열정의 무대]가 무용수라는 사람들이 부대끼며 사는 세계를 그렇게까지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모린과 어머니의 갈등은 괜찮게 시작하기는 했지만 지나칠 정도로 깔끔하게 끊어버려 설득력을 잃었습니다. 예술 감독인 조나단과 쿠퍼의 갈등 역시 지나치게 단순하군요.

그래도 제가 좋아했던 부분들은 있습니다. 조디의 연애담은 너무 뻔하지만 그래도 '굳은 발'을 가진 무용수가 나름대로 새 길을 찾아가는 과정은 꽤 흥미있었습니다. 조디 보다 더 재미있는 인물은 이바였는데, 이 빈민가 출신의 흑인 무용수가 의식적으로 백인 중상층 위주의 발레 세계에서 덜컹거리다가 서서히 그 세계에 빠지는 이야기는 이 영화에서 가장 섬세하게 표현된 부분이었습니다. 이바와 교사인 줄리엣 시몬의 관계도 재미있었고요.

발레에 대해서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글쎄요. 두 편의 발레가 영화 클라이맥스 부분을 장식합니다. 모두 좋은 무용수들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쿠퍼 닐슨의 발레는 지나치게 스토리 위주로 흘러 종종 호흡이 끊기고 춤이 약해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지난 이야기를 반영할 필요까지는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그러나 불만만 터뜨릴 생각은 없습니다. 결코 [세레나데]처럼 영원히 남을 발레는 아니더라도 박진감 넘치며 흥겨운 작품이기는 하거든요.

이 영화에서 엄청난 연기를 기대하시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대부분 전문 무용수거나 무용수 출신의 풋내기 배우들이니까요. 주인공 조디 역의 아만다 슐, 찰리 역의 사샤 라데츠키는 막 솔로이스트 경력을 시작한 발레 댄서들이고, 이바 역의 조이 살다나는 무용수 출신의 신인 배우입니다. 종종 이들 사이에 전문 배우들이 끼어들기는 하지만 이들 역시 엄청나게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하긴 이들의 캐릭터가 너무 깊이 있어도 문제가 많을 거예요. 스포트라이트는 무대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들에 맞추어져야 하니까요.

물론 여기엔 스타들도 있습니다. ABT의 가장 잘나가는 무용수 두 명이 이 영화에서 조연으로 출연하고 있습니다. 쿠퍼 닐슨 역을 맡은 사람은 요새 가장 잘나가는 남성 발레 댄서 중 한 명인 에단 스티펠입니다. 에단의 옛 애인 캐슬린으로 나오는 사람은 줄리 켄트고요. 둘은 이 영화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장면을 연기하기도 합니다. 다소 엉뚱한 캐스팅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일리야 쿨릭을 이 발레 영화에서 볼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

[열정의 무대]는 브로드웨이 뒷이야기를 담은 30년대 클래식 할리우드 뮤지컬에서 크게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21세기를 맞은 지금에 와서도 이런 영화를 보아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 없죠. 하지만 이런 식의 고전적인 뮤지컬 영화를 본 것도 꽤 오래간만이라 그렇게까지 진부한 느낌은 들지 않더군요. 깊이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꽤 즐거운 작품이었습니다. (01/06/01)

DJUNA

기타등등

아메리칸 발레 아카데미가 가짜라면 주인공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건물은 어디일까요? 한 번 맞혀 보세요. 어렵지 않아요. 링컨 센터 근처에 있는 예술 학교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