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아소우 마나부 Manabu Asou

주연
호리키타 마키....아스카
Maki Horikita....Asuka
쿠로키 메이사....에미리
Meisa Kuroki....Emiri
장근석...진우
Jan Geun-seok....Jin-woo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진우와 에미리

[착신아리] 시리즈의 질은 해가 갈수록 점점 떨어져 갑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사람들, 너무 손쉽게 생각했어요. 분명 1편은 성공적인 호러영화였습니다. 그 영화가 내세운 공식이 재활용하기 딱 좋을만큼 간결하고 명확한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그 둘을 연결시켜 성공 공식으로 이해하면 곤란합니다. 사실 반대거든요. [착신아리]가 성공한 건 미이케 다카시가 그 뻔한 가도가와 호러물의 공식과 매력없는 주인공들을 극복할만큼 아이디어와 스타일이 충만한 감독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시리즈는 이어집니다. 성공작이 1편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범아시아적인 프로젝트로 자리잡았죠. 대만이 무대였던 2편에 이어 3편인 [착신아리 파이널]의 무대는 한국의 부산입니다.

전편들과는 달리 내용은 꽤 단도직입적입니다. 학교에서 따돌림당하다 자살을 기도한 소녀가 부산으로 수학여행을 떠난 친구들에게 죽음의 메일을 보냅니다. 전편들에서와는 달리 이번 메일에는 한 가지 단서가 붙어 있는데, 다른 친구에게 포워딩하면 자긴 살 수 있다는 거죠. 아무 메일 주소에나 보내도 되는 거 아니냐고요? 아뇨. 오직 친구여야만 해요. 친구 둘이 계속 주고받으면 되는 게 아니냐고요? 아뇨. 포워딩은 한 번만 가능해요. 미치겠죠? 처음엔 웃어넘기던 아이들은 한 명씩 시체가 늘어가자 점점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이제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어' 게임이 시작된 거죠. 그러는 동안 그나마 견딜만한 캐릭터인 에미리는 한국인 남자친구 진우와 함께 메일의 미스터리를 풀기 시작합니다.

이 [배틀 로얄] 풍의 아이디어는 사실 꽤 좋습니다. 인간들의 더러운 뱃속과 생존본능의 추악함을 보여주는 데 거의 이상적이죠. 지나치게 단도직입적인 설정은 조금 심심하고 중반에 폭로되는 반전도 그냥 그런 편이고 앞의 두 편과 연결성도 헐렁하지만, 잠재적인 기능성은 상당합니다. 이 아이디어가 추가 되었을 때도 다들 괜찮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리고 실제로 먹히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건 저도 인정해요.

하지만 그 몇몇 부분들을 제외하면 [착신아리 파이널]은 총체적 재난입니다. 일단 호러 측면에서 이 영화는 완벽하게 실패했어요. 이런 식의 '틴에이저 죽이기' 장르에서 살인 장면의 창의성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충격 장면은 아이디어 부족하고 스타일이 엉망이며 취사선택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 가끔은 엉성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냥 보여주는데 흥이 안 나고, 가끔은 보여주는 대신 리액션 컷으로 일관하는데 그 역시 스타일 빈곤 때문에 재미가 없죠. 게다가 이들이 후반에 내세우는 해결책은 유치함이 극에 달한 일본식 감상주의 때문에 비웃음만 나옵니다. 정말 그 장면이 나오자 극장 안이 낄낄거리는 웃음소리로 진동하더군요. 주연배우들도 같이 보고 있었는데, 정말 민망했어요.

영화가 지나치게 진지해진 것도 문제였습니다. 왜 이런 종류의 호러 장르를 다루는 사람들은 메시지의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는지 모르겠어요. 따돌림 현상을 다루는 건 좋은데, 의무감에서 억지로 하면 곤란하죠. 이 영화에서 [캐리]의 깊이를 기대하면 곤란합니다. 다 그냥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넣은 것이거든요. 얄팍하고 설득력 없고 우스꽝스러워요. 살해당하는 애들이 다들 재수없는 애들이라 [찍히면 죽는다] 분위기가 심하게 나는 것도 문제고.

그래도 볼만한 부분이라면? 뭐, 부산이 무대예요. 자갈치 시장이니, 코모도 호텔이니 하는 곳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니까 그곳 지리에 익숙하신 분들은 재미있겠군요. 그리고 장근석 역할이 꽤 커요. 유일하게 괜찮은 남자애 역이죠. 일본어 연기가 어떠냐고요? 수화만 쓰는 청각장애인으로 나오니 상관 없죠. :-) 결정적으로 제 맘에 드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이런 영화의 공식에서는 늘 후반부에서 자폭하는 성격의 캐릭터가 끝까지 꿋꿋하게 살아 남는다는 것이었어요. 그 결말 때문에 나오면서 기분이 꽤 좋았답니다. 물론 이후에 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요. 배우 얼굴을 볼 수가 없었어요. 그 사람들도 열심히 찍은 것일 텐데. (06/06/13)

DJUNA

기타등등

게스트까지 불러온 한일 합작 일본영화 시사회였는데, 앞에 상영된 예고편이 [한반도]더군요. 은근히 재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