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Clint Eastwood

주연
안젤리나 졸리....크리스틴 콜린스
Angelina Jolie....Christine Collins
제프리 도노반....J.J. 존스 반장
Jeffrey Donovan....Capt. J.J. Jones
존 말코비치....구스타브 브리글렙 목사
John Malkovich....Rev. Gustav Briegleb
마이클 켈리....레스터 이바라 형사
Michael Kelly....Detective Lester Ybarra
제이슨 버틀러 하너....고든 노스콧
Jason Butler Harner....Gordon Northcott
에이미 라이언....캐롤 덱스터
Amy Ryan....Carol Dexter
개틀린 그리피스....월터 콜린스
Gattlin Griffith....Walter Collins
에디 올더슨....샌포드 클락
Eddie Alderson....Sanford Clark
데븐 콘티....아서 허친스
Devon Conti....Arthur Hutchins
콤 피어....제임스 E. 데이비스 청장
Colm Feore....Chief James E. Davis

크리스틴 콜린스

만약 사전정보 없이 [체인질링]의 시놉시스를 접했다면, 전 이 영화가 [버니 레이크의 실종]의 어설픈 아류이며 개연성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조잡한 거짓말이라고 선언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에서 LA 경찰이 한 일을 생각해보세요. 말이 됩니까? 실종된 아이를 찾아달라고 했더니 엉뚱한 아이를 아들이라고 데려온 것까지는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 막장들은 자기 아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엄마를 조롱하고 모욕하는 것만으로 모자라 정신병원에 감금합니다. 누가 봐도 거짓인 게 뻔한 것을 옹호하기 위해 이들이 내세우는 ‘과학’과 ‘논리’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소름이 쫙 끼칩니다.

크리스틴 콜린스의 이야기는 [버니 레이크의 실종]의 아류작이 될 수 없습니다. 그 반대라면 모를까.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세상엔 소설보다 더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들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지요. 비평가들의 제재를 받지 않으니까요. 우린 크리스틴 콜린스의 이야기가 어처구니없다고 주장할 자격도 없습니다. 이 나라의 경찰이 과연 이 영화가 그리고 있는 20년대 LA 경찰보다 믿을 수 있는 존재처럼 보입니까? 진실은 힘 있는 자에 의해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으며 [체인질링]보다 어처구니없고 끔찍한 일은 지금 우리 코앞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 이야기가 아니에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확실히 맛이 좀 간 작품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리 실화라고 해도 말이 되어야 말이죠. 하지만 이스트우드가 개입하자 영화의 설득력은 휙 높아졌습니다. 그는 불필요한 과장이나 강요 따위를 하지 않는 이야기꾼이죠. 그는 J. 마이클 스크라진스키의 성실한 각본을 안내 삼아 크리스틴 콜린스의 이야기를 흥분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그리면서도 그는 이야기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조미료 따위는 치지 않습니다. 그냥 흥분하지 않고 그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만족하지요.

영화는 참 민주적입니다. 만약 보다 평범한 감독/작가의 손에 들어갔다면 [체인질링]은 훨씬 짧은 영화가 되었을 것이고 크리스틴 콜린스의 진실이 규명되는 순간을 클라이맥스로 삼은 뒤 나머지 이야기는 빨리 처리해버렸을 겁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러지 않아요. 크리스틴 콜린스에게도 충분한 기회를 주지만, 그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도 거의 비슷한 관심을 갖죠. 그 때문에 결말이 지나치게 긴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전 그게 좋습니다. 전 원래 살짝 균형이 깨진 이야기를 좋아하지요. 이 영화에서는 그 어긋난 균형 때문에 이야기가 더 정직해보입니다.

[체인질링]은 거대한 영화입니다. 물론 이 영화는 잃어버린 아들을 찾으려는 엄마의 눈물 어린 멜로드라마이고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소수를 그린 영웅담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다루는 주제는 훨씬 넓어요. 권력에 의해 어떻게 진실이 왜곡되는가, 20년대의 남성중심주의 사회의 편견 속에서 여성 인권이 어떻게 억압되었는가, 20년대 당시 로스앤젤레스의 법질서가 얼마나 엉망이었는가. 기타등등 기타등등. 영화는 사형제에 대해서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 진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단지 어느 쪽을 택하라고 억지로 우리의 등을 밀지 않을 뿐이에요.

[체인질링]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대표작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 이런 의견이 안젤리나 졸리의 스타 캐스팅과 이스트우드 영화에 대한 편견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의 최대 대표작으로 대접받지 못할지는 몰라도, [체인질링]은 이스트우드가 거둔 훌륭한 성취 중 하나로 기억될 가치가 있습니다. (09/01/29)

DJUNA

기타등등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와 [밀양]을 비교하더군요. 특히 아들을 잃은 엄마와 회개했다고 주장하는 살인마의 대화 장면은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더군요. 다행히도 이스트우드 선생은 관객들에게 조금 친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