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셉 맥긴티 니콜 Joseph McGinty Nichol

주연
카메론 디아즈....나탈리 쿡
Cameron Diaz....Natalie Cook
드루 배리모어....딜런 샌더즈
Drew Barrymore....Dylan Sanders
루시 리우....알렉스 먼데이
Lucy Liu....Alex Munday
빌 머레이....보즐리
Bill Murray....Bosley
샘 록웰....에릭 녹스
Sam Rockwell....Eric Knox
팀 커리....로저 코윈
Tim Curry....Roger Corwin
켈리 린치....비비안 우드
Kelly Lynch....Vivian Wood
크리스핀 글로버....더 씬 맨
Crispin Glover....The Thin Man
존 포사이드....찰리
John Forsythe....Charlie
맷 르블랑....제이슨 기븐즈
Matt LeBlanc....Jason Gibbons
LL 쿨 J....미스터 존스
LL Cool J....Mr. Jones
톰 그린....채드
Tom Green....Chad
루크 윌슨....피트
Luke Wilson....Pete

전에도 여러 번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전 [미녀 삼총사]의 팬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외화들로 부글거렸던 7,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원더우먼], [소머즈], [6백만불의 사나이], [미션 임파서블], [버크 로저스], [아내는 요술쟁이], [내 사랑 지니]로 이어지는 수많은 외화들을 거쳤지만 정작 [미녀 삼총사]에 대한 기억은 흐릿해요. 왜 안 보았는지는 기억 안납니다. [전투]처럼 일부러 안 본 시리즈는 아니었어요. 애들 보기에 방영시간이 너무 늦었었나? 아니면 더 재미있는 시리즈를 타 방송국에서 했었나? 이유가 무엇이건 전 이 프로그램에 대한 향수 따위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시리즈가 [어벤저]처럼 재방송을 보면서 새로운 정을 쌓은 프로그램인 것도 아닙니다. 전 70년대 유행엔 별 관심이 없어요. [소머즈]와 [6백만불의 사나이]를 보며 자랐지만, 전 기본적으로 그 시리즈들이 촌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원더우먼]도 2차 세계대전을 다룬 1시즌이 더 좋았고요.

그래도 전 이 영화를 꽤 오래 기다렸답니다. 70년대 유행이 제 취향이 아니라고 해도, 제가 [미녀 삼총사]의 팬이 아니었다고 해도, 이런 종류의 싼 느낌이 가득한 액션 영화에 대해서 일종의 향수가 있습니다. 카메론 디아즈나 드루 배리모어, 루시 리우 같은 예쁜 사람들이 악당들을 두들겨 패는 걸 구경하는 것도 신이 나고요.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전 이 세 사람들을 모두 좋아합니다.

자, 슬슬 [미녀 삼총사]의 내용으로 넘어가 보기로 하죠. 원작 시리즈의 설정은 간단했습니다. 찰리 타운젠트라는 백만장자가 목소리로만 지시를 내리는 사립탐정소에 고용된 세 명의 여자 탐정들이 악당들과 싸운다는 것이었죠. 제작자는 [비벌리 힐즈 90210]로 유명한 아론 스펠링. 이 사람은 최근에도 마녀 버전 [미녀 삼총사]라고 할 수 있는 [Charmed]라는 시리즈를 돌리고 있습니다. 예쁜 여자들이 모여서 악당들과 싸우는 설정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나봐요.

이미 듣기도 지겨우시겠지만, 이런 종류의 여성 액션물들이 그렇듯 [미녀 삼총사]도 이중적이었습니다. 한쪽으로는 적극적인 여성 캐릭터들을 긍정적인 롤 모델로 제공했지만, 다른 한쪽으로는 세 미녀 주인공들을 이용한 다양한 성적 이미지를 제공했죠. 비판은 삼가기로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중성이 남성 시청자와 여성 시청자, 이성애자 시청자와 동성애자 시청자 모두를 사로잡은 공신이라는 점은 밝혀야겠지요.

영화 버전 [미녀 삼총사]도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아마도 찰리 타운센트는 계속 멤버들을 바꾸어가며 탐정소를 운영했거나 한동안 은퇴했다가 다시 새 멤버들로 탐정소를 연 모양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딜런, 알렉스, 나탈리는 질, 사브리나, 켈리의 후배들입니다.

이들이 관객들에게 봉사하는 방식은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악당들을 때려잡는 액션을 펼치면서 적당히 눈요기 거리를 보여주는 것이죠. 그 눈요기 거리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예쁜 주연 배우 셋이겠지만 그 외에도 많습니다. 이들이 변장을 핑계삼아 끝없이 갈아입는 의상들, 캣 파이트, 전형적인 '위기에 빠진 여성' 설정...

눈요기 거리의 일차적인 대상은 누구일까요? 많은 사람들은 이성애자 남성들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과연 정말로 그런지는 의심스럽군요. 이 영화가 주는 시각적 성찬을 진짜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여성 관객들이거나 동성애자 남성들일 겁니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바비 인형 판타지입니다. 일차적으로 옷 갈아 입히기 놀이이며, 이차적으로 드랙이죠. 스토리와 액션은 부차적입니다. 중요한 것은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그리고 정말 이 영화의 각본이 시시할까요? 많은 비평가들이 이 영화의 각본을 무시하거나 깎아내렸습니다. 하지만 전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결코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을 내용도 아니고 액션 영화 각본으로도 대단치 않습니다. 그러나 십여명의 각본가들을 바꾸어가면서도 이 정도로 일관성이 있고 적당히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닙니다. 줄거리를 떠나서 다양한 눈요기 거리의 제공을 적당히 연결하는 도구로도 꽤 잘 되어 있고요. 솔직히 말해 이런 영화에서 줄거리가 튀었다면 오히려 우스웠을 겁니다. 이 영화의 각본은 '너 자신을 알라'라는 오래된 경구에 철저하게 충실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에서도 보기 드문 미덕이죠.

액션은 어떨까요? 한마디로 [매트릭스] 흉내입니다. 그러나 원씨 집안 형제들의 원래 개성을 고려한다면 흉내라기보다는 작업의 연장이라고 우길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주연인 세 배우들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던 키아누 리브즈보다 훨씬 유연하고 날렵한 액션을 선보입니다. 어딘지 모르게 액션 치어리더들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동료를 철문 넘어로 집어던지는 수법은 전형적인 미국 치어리더 테크닉이 아닙니까?) 그것 또한 보기 즐겁군요.

배우들은 어떨까요? 세 주연 배우들은 배우로보다 스타로서 일을 했습니다. 사실 그게 필수적이었어요. 이런 각본은 스타만이 구원할 수 있으니까요.

각본은 바비 인형 포장지 해설처럼 단순무식하게 캐릭터들의 성격을 박아놓고 있습니다. 딜런은 하층 계급 출신의 터프 걸, 나탈리는 맘씨 좋고 놀기 좋아하는 중산 계급 출신, 알렉스는 오만한 상류 계층 아가씨. 하지만 워낙 스토리가 약하다보니 이런 기초적인 캐릭터도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습니다. 설정만 본다면 딜런과 나탈리의 캐릭터는 극과 극을 달리지만 각본만 가지고 이 둘을 구별하기는 힘들 겁니다.

세 주연 배우들이 모두 분명한 페르소나를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은 쉽게 극복됩니다. 물론 알렉스와 루시 리우처럼 각본 단계에서 딱 맞아 떨어지는 사람도 있어요 (알렉스의 도미너트릭스 컨설턴트 흉내는 거의 링 우의 부활을 보는 것 같지 않습니까?) 하지만 성격이 비교적 어정쩡한 딜런과 나탈리도 드루 배리모어와 카메론 디아즈의 껍질을 쓰고 나오니까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이들만큼 재미있는 배우는 이름 없는 악당으로 나온 크리스핀 글로버입니다. 그는 대사가 거의 또는 전혀 없는 인물이지만 그의 거미와 같은 우스꽝스러움이 액션과 결합되면 결과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에게 조금 더 나은 결말을 제공해주어도 되었을 듯 해요.

[미녀 삼총사]는 유쾌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강도 높은 액션이나 훌륭한 플롯 따위를 기대하지는 마시길. 이 영화를 진짜로 즐기는 사람들은 영화 전체에 깔려 있는 캠피한 분위기를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일 겁니다. 제프리 웰즈 같은 사람들은 이들을 '골빈 게이 남자들'이라고 이죽거리겠지만 과연 '골빈 오락'이 오로지 골빈 사람들만을 위한 것일까요? (00/11/28)

DJUNA

기타등등

DVD에 삽입될 부록들이 꽤 많을 것 같군요. 그토록 각본이 자주 바뀌었으니 그만큼 삭제된 장면도 많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