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남다정

주연
임시은....연이
박소원....동이
오해오름....실종 꼬마

연이와 동이

어렸을 때 저를 괴롭혔던 악몽이 하나 있었죠. 극장이나 기차 터널과 같은 어두운 곳을 지날 때 갑자기 수십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고립될지도 모른다는. 모두 [소년중앙]과 [어깨동무] 탓이에요. 별별 괴상한 이야기를 다 실어서 절 괴롭혔죠. 남다정의 [아이들은 잠시 외출했을 뿐이다]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전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같은 악몽을 꾼 적이 있는 지 궁금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연이라는 어린 소녀입니다. 자길 짝꿍이라고 부르며 쫓아다니는 친구 동이를 따돌리려다 길을 잃은 아이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정신을 잃었다가 아침에 동이와 함께 산 속에서 깨어납니다. 허겁지겁 학교로 달려간 연이는 자신이 일종의 유령과 같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 있고 이미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는 걸 알게 되지요. 단짝 친구는 벌써 교복입은 중학생이 되었고 자길 알아보는 사람은 단 하나, 지금까지 귀찮게 따라다니던 동이뿐이죠.

주인공이 초등학생이고 피투성이 살인도 없지만, 이 단편영화의 분위기와 설정은 [여고괴담 4: 목소리]와 비슷합니다. 주인공이 갑자기 초자연적인 고립에 빠진다는 내용과 차분하지만 오싹한 분위기도 그렇지만 냉정하고 조금 사디스틱한 연애담이기도 하거든요. 장황한 설명이 제거된 설정 묘사는 오히려 더 좋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다루는 방식에 있습니다. 몇 년까지만 해도 친숙한 동네였던 공간을 잡아먹는 거대한 아파트 공사현장은 거대한 돌연변이 괴물과도 같죠. 아이들은 시간의 흐름에서 고립되어 성장이 멈춘 유령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지만 어떻게 보면 이 콘크리트 괴물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을 위로하는 듯한 제목과는 달리, [아이들은 잠시 외출했을 뿐이다]의 이야기는 가차없습니다. 하지만 늘 낙천적이고 싶은 저에게 이 유령 이야기의 결말은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길잃은 소년들이 주인공인 [피터 팬]처럼 말이죠. (08/05/05)

DJUNA

기타등등

네이버 독립영화관에 올라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