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토마스 빌룸 옌센 Tomas Villum Jensen

주연
울리히 톰센....토니 옌센
Ulrich Thomsen....Tonny Jensen
니콜라이 리에 카스....클라우스 볼터
Nikolaj Lie Kaas....Claus Volter
밀리 디네센....페르닐레 예프센
Mille Dinesen....Pernille Jepsen
리네 크루스....클라라
Line Kruse....Klara

클라우스와 토니

[터질거야]의 첫번째 주인공은 클라우스 볼터라는 아트하우스 영화감독입니다. 그는 아트하우스 영화감독이라는 부류의 가장 따분한 스테레오타입들만 골라서 엮은 것 같은 인물입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괴상한 영화를 만드는 주제에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죠. 솔직히 전 그의 영화가 그냥 시시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몇 초 봤을 뿐이지만,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해요. 의도적인 괴상함 때문에 미리부터 겁에 질린 관객들이 망신당할까봐 그 이야기를 안 하는 것 뿐이죠.

그런데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에 나오는 소년처럼 그의 에고에 도전장을 내미는 남자가 나타납니다. 그는 통제불능의 폭력성향이 있어 정신병원에 들락날락하는 도시 노동자 토니 옌센이죠. 아이들과 함께 [해리 포터]를 보러 갔다가 매진이 되어 볼터의 영화를 본 토니는 그 어이없는 영화를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와 극장에 환불을 요구합니다. 그게 먹히지 않자 이번엔 직접 감독을 찾아가죠. 으아, 신나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정말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까?

도입부가 좋긴 한데, 이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할까요? 눈에 휙 뜨이는 아이디어가 대부분 그렇듯, 이 아이디어도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할지 보여주지 못합니다. 그 다음 이야기를 짜내느라 다들 고생 좀 했을 것 같은데 결과가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아요. 어떻게 나가냐고요? 토니는 볼터의 영화 세트에 찾아갔다가 엑스트라 일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볼터의 실수로 추락사고를 당합니다. 이를 미끼로 토니는 공동 감독 겸 공동 각본가로 볼터의 영화에 참여하게 되지요. 그가 참여하면서 볼터의 '예술' 영화는 욕설과 총탄이 난무하는 액션물이 됩니다.

평범한 도시 노동자가 예술영화감독에게 대드는 설정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가 토니처럼 아주 운이 따른다면 영화 제작에 참여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영화는 토니에게 기회와 운을 지나치게 많이 주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열받아 미쳐 날뛰는 볼터의 모습은 재미있지만, 여기서부터 영화는 결말이 맺어질 때까지 그냥 흐릿해져 버려요. 토니가 주도해서 만드는 [킬 빌] 아류 액션 영화는 가끔 키득거리는 농담의 재료가 되어 줄 뿐, 충분한 대립각을 제공해주지는 못하거든요. 결말의 국면 전환도 그리 믿을만하지 못하고요. 전체적으로 각본이 좀 건성입니다. 전 안더스 토마스 옌센한테서 이보다 더 나은 이야기를 기대했어요.

결말에 대해서는... 글쎄요. 보도자료에서는 대중영화와 예술영화 모두를 존중해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지만, 전 그렇게 긍정적인 것 같지 않아요. 막판에 자신의 의지를 제대로 표출하고 그걸 제대로 인정받는 사람들은 한 명도 없으니까요. 생각해보니 그냥 슬픈 이야기군요. (08/02/15)

DJUNA

기타등등

멀티플렉스에서 영화 선택 기회가 저렇게 적다니, 덴마크에서 영화보기도 별로 재미가 없나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