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의 마지막 기회

[스크림]에서 주인공 시드니가 마침내 살인마를 쓰러뜨리자, 영화광인 랜디가 말합니다. "조심해, 영화에서 보면 살인마는 마지막에 다시 살아나거든." 정말로 살인마는 다시 눈을 뜨고 시드니는 확인사살을 해야 하죠.

꼭 죽은 줄 알았던 살인마/악당/괴물이 다시 살아나 관객들을 놀래키는 트릭은 그렇게까지 오래된 것 같지 않습니다. 예전에도 없지는 않았겠지만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슬래셔 무비의 유행 이후였지요. 드라마 대신 다양한 살육의 리듬으로만 영화를 끌어가야 했던 슬래셔 무비에서 이런 깜짝 쇼는 유용했습니다.

'살인마의 마지막 기회' 트릭의 가치는 순전히 리듬감에 있습니다. 아주 정확한 비유는 아닐 지 몰라도 베토벤의 길게 늘어지는 코다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두번째 깜짝쇼는 결말을 강화시켜 전체 영화를 화끈하게 만듭니다.

이런 트릭은 대부분 당위성의 측면에서 문제가 많지만 관객들의 심리를 생각하면 오히려 문제가 없습니다. 관객들은 살인마가 굉장한 존재이기를 바라니까요. 첫판에 죽어넘어지면 영화가 싱거워지죠.

이제 이 클리셰는 상당히 귀찮은 짐이 되어 버렸습니다. [스크림]에서야 농담으로 처리했지만 다른 영화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죠. 생각해보세요. 이제 관객들은 이런 깜짝쇼에 놀라지도 않습니다. 도대체 안하는 곳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안하자니 뭔가 빠진 것 같습니다. 언제나 충격이 있던 자리를 그냥 비워두고 충격없이 넘어가니 관객들은 시시하다고 느끼지요. 예를 들어 스필버그의 [주라기 공원]은 B급 호러 영화의 규칙을 상당히 잘 따른 긴장감 넘치는 작품이었지만 마지막 쇼크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 많은 관객들은 뭔가 빠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주라기 공원]의 속편인 [잃어버린 세계]에는 거대한 '두번째 기회' 시퀀스인 샌디애고 장면이 추가되었습니다.

이 사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새로운 공식을 창안해내는 건 한동안 어려울 것 같습니다. 보다 창의적으로 짜여진 드라마만이 유일한 해결책처럼 보이는군요. (99/05/18)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