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시블 변장

자, 오늘은 변장 이야기를 해봅시다.

우선 구분부터 하죠. 모든 변장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하는 변장. 둘, 특정한 어떤 사람으로 위장하기 위한 변장. 미용과 성형에 관련된 위장도 있겠지만 그것들도 넓게는 첫번째 구분에 들어갑니다. 그러니 어떤 변장도 이 구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중점을 두고 다루려고 하는 것은 두번째 구분의 변장입니다. 첫번째 구분의 변장은 실제로도 가능하며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알렉 기네스와 같은 배우에게 약간의 분장 도구만 준다면 그는 완전히 엉뚱한 사람으로 분장해서 여러분의 눈을 피해 사라질 겁니다. 가능하다? 그렇다면 별 흥미없습니다. 그러니 잊어버립시다. 그리고 이제 두번째 변장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합시다.

우선 이런 변장이 가능하긴 할까요? 아르센느 뤼팽 소설에서는 그게 무척 쉬워 보입니다. 정말 아무런 준비도 없이 몇 초 안에 뚝딱 해치우니까요.

제목을 잊었습니다만 아주 짜증나는 결말을 가진 소설이 하나 있었습니다. 거기서 뤼팽은 숙적인 형사부장(가니마르가 아닙니다)의 눈을 피해 도망쳐야 할 위기의 순간에 놓였습니다. 그러자 그는 변장 도구를 꺼내들더니 소피아 크리치노프와 농담 따먹기를 해대면서도 몇 초 안에 변장을 다 마칩니다. 그리고 나서 위층에 뤼팽이 자기로 변장하고 있다고 형사들에게 둘러대고는 빠져나오죠.

그런데 그가 그만한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요? 가발을 써서 헤어스타일을 바꿀 수는 있습니다. 수염을 붙일 수도 있겠지요. 살색을 바꿀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 뿐입니다. 그런다고 바탕이 되는 얼굴의 형태가 바뀌는 건 아니란 말입니다. 그따위 장난을 친다고 해서 형사들이 그를 상사로 착각한다는 이야기를 믿어야 할까요? 말도 안되는 소리죠.

이런 엉터리 사기는 소설에서나 먹힙니다. 영화 속에서는 어림없는 일이죠. 직접 보여주어야 하니까.

[미션 임파시블] 시리즈는 꽤 그럴 듯한 변장의 방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틴 랜도가 분한 공작원은 그 방법을 이용해 완벽하게 변장을 하거나 남을 변장시키지요.

그의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선 변장할 대상의 사진을 구합니다. 그리고 변장하는 사람의 석고상 위에다 폼 라텍스(붓칠하는 걸로 보아 아닐지도 모르지만)를 입혀서 마스크를 만듭니다. 그걸 쓰고 약간의 메이크 업을 하면 완성.

그럴 듯 하다고요? 하긴 얼핏보면 그래보입니다. 그래서 이런 변장술이 [미션 임파시블] 밖에서도 수없이 쓰이는 것이죠. 바로 이것이 우리가 제목으로 삼은 '미션 임파시블 변장'입니다. 대부분 이런 장면은 모든 사기가 끝난 뒤 주인공이 라텍스 가면을 멋지게 싹 벗어 던지면서 끝납니다.

하지만 이게 정말 가능할까요? 그렇지 않죠. 정말 그럴 듯하다면 왜 마틴 랜도가 직접 변장을 하고 연기하지 않았겠어요? 불가능하니까 변장할 때마다 배우를 바꾸는 수작을 부리지요.

불가능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로 폼 라텍스와 같은 변장재료 자체가 아직까지는 인간의 피부를 완벽하게 모사할 만큼 정교하지 않습니다. 라텍스 분장이 가장 효과가 좋은 건 노역이나 기형일 때입니다. 젊은 사람으로 분장시키는 건 아카데미상 받은 분장사도 못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백 투더 퓨처]를 보죠. 이 영화에서 분장팀은 마이클 J. 폭스의 부모 역을 시키기 위해 리 톰슨과 크리스핀 글로버를 중년으로 변장시켜야 했습니다. 결과가 어땠냐고요? 영화를 한 번 보세요. 얼마나 가짜 티가 나는지.

게다가 입체 분장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눈의 크기나 양미간 넓이 같은 건 속이기 힘이 들지요. 머리의 모양을 바꾸는 것도 힘이 듭니다. 키가 큰 사람을 작게 만들기도 어렵고 뚱뚱한 사람을 날씬하게 만들기도 힘이 듭니다.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이건 어쩔 수가 없어요.

하지만 이런 '미션 임파시블 변장'은 아직까지 건재합니다. 진부하긴 하지만 그 겉보기의 그럴싸함 때문에 아직 버티고 있는 거죠. 그러나 아슬아슬합니다. 실제로는 너무나도 어려운 일을 아주 쉬운 일로 속이고 있는 것이니까요. 편한 길을 택하면 재미가 떨어지는 법입니다.

그러나 과연 이런 변장을 사실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한 번 소설의 예를 들어보죠.

윌리엄 아이리시의 [상복의 랑데뷰]에 재미있는 예가 하나 나옵니다. 여기서 여자 경찰은 미치광이 살인범의 죽은 애인으로 변장해서 살인범을 끌어내려고 합니다. 이 경우도 [미션 임파시블]과 같은 입체 분장의 방법을 씁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미션 임파시블]의 경우보다 납득할 만합니다. 우선 여자 경찰이 배회하는 시기는 주로 밤이라서 메이크업이 들통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찰에는 인원이 많으니 애당초부터 비슷한 사람을 뽑아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영화에서는 이런 조건 제한을 이용한 트릭이 사실성을 강화하기 위해 종종 쓰입니다. 영화판 [미션 임파시블]에서 톰 크루즈는 상원의원으로 변장해야 합니다. 영화에서는 두 명의 배우에게 이인 일역을 시키는 대신 톰 크루즈에게 일인 이역을 시킵니다. 톰 크루즈가 상원의원으로 변장을 해서 상원의원으로 연기를 하고 나중엔 같은 분장으로 상원의원으로 변장한 톰 크루즈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겁니다.

아까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문제는 있습니다. 여전히 라텍스를 얼굴에 붙인 게 드러난다는 거죠. 이건 아직까지는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포기해야만 하는 걸까요?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사실 '미션 임파시블 변장'을 하지 않고도 두번째 종류의 변장을 아주 효과적으로, 그리고 사실적으로 해낼 수 있거든요.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똑똑한 리플리]에서 그 일을 멋지게 해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르네 클레망에 의해 [태양은 가득히]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고 안소니 밍겔라가 소설 제목을 그대로 살려 다시 영화화하고 있는 중이지요. 변장은 소설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영화에서도 아무런 트릭없이 사용되고요 (밍겔라의 영화는 못봤지만 그 영화에서 트릭 같은 걸 사용할 리 없다는 건 분명합니다.)

이 소설(그리고 영화들)에서 리플리는 친구를 살해하고 그로 변장하고 다니지요. 여기서 그는 머리색을 바꾸는 등의 간단한 분장만을 하고 나머지는 연기로 커버를 합니다. 물론 한계가 있죠. 리플리가 두번째 살인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니까.

하지만 그 디테일의 엄밀함과 묘사의 사실성은 '미션 임파시블 변장'에 비할 게 아닙니다. 적어도 더 좋은 분장 재료가 나올 때까지 이보다 더 나은 해결책이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99/05/24)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