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피드

상황은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성인 배우만큼이나 인기가 있는 아역 배우가 하나 있습니다. 이 배우를 어떻게든 이용해 돈 버는 영화를 만들어야겠죠?

배우가 스크린 앞에 나와 방글방글 웃는 것만으로는 영화를 만들 수 없습니다. 스토리가 필요하지요. 그리고 이 스토리는 아이들만큼이나 성인들도 끌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 아역 배우는 성인 팬들도 상당히 많은 진짜 수퍼 스타니까요.

하지만 성인 관객들이 신경을 쓰는 것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른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러 어른들이 극장을 찾는 일은 드물어요. 결국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어른들의 이야기가 상당한 덩어리를 차지하게 해야 합니다.

모험심없는 각본가들이 대충 머리를 굴린 결과 다음과 같은 틀이 만들어집니다. 우리의 어린 주인공은 짝없는 남자 또는 여자랑 살고 있거나 친구 사이인데, 근처에는 역시 짝없는 여자 또는 남자가 살고 있습니다. 이 둘은 전혀 모르는 사이일 수도 있지만 알고 지내다가 오해로 사이가 틀어진 경우일 수도 있지요. 하여간 우리의 어린 주인공은 이 둘을 연결시켜 주려고 온갖 귀여운 짓을 합니다.

수많은 셜리 템플 영화들이 이 플롯을 따르고 있습니다. 왜 사람들이 셜리 템플 영화에는 셜리 외엔 볼 게 없다고 투덜거리는지 이제 알겠지요?

꼭 어린 수퍼 스타만이 이런 이야기의 원흉은 아닙니다. 많은 가족 영화들이 부모들을 졸지 않게 하려고 이런 로맨스를 끌어들이기도 하니까요. 동물이 주인공인 영화도 비슷한 트릭을 쓰는 경우가 많지요.

이런 이야기를 '잘' 만드는 것은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에리히 캐스트너 원작의 디즈니 영화 [The Parent Trap]처럼 흥겨운 성공작들도 있고요.

그러나 잘 만든 영화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영화의 각본가들은 대부분 그렇게 성의있게 작업을 하지 않으니까요. 수준을 낮추는 게 아이들 눈높이로 쓰는 거라고 생각하나 봐요. (99/07/10)

D&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