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안의 괴물

닫힌 공간 안에 살인 괴물과 사람들을 같이 가두고 어떻게 하나 구경하는 이 새디스틱한 전통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공식적인 시조는 리들리 스코트의 [에일리언]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예가 없었던 건 아니지요. [에일리언] 자체가 [It! The Terror from Beyond Space (58)]에서 상당 부분을 표절하고 있는 걸요. 반 보이트의 SF 소설 [스페이스 비글]에서도 어느 정도 아이디어를 빌려오고 있고요. [The Thing From Another World (51)]과 같은 고전적인 선례도 있습니다.

[에일리언]이 시조라고 했지만 이 유행에 본격적으로 불을 당긴 영화는 제임스 카메론의 [에일리언 2]였습니다. 사실 우리가 [에일리언]하면 떠올리는 수많은 이미지들은 카메론의 작품이지요. 일단 [에일리언 2] 이전에는 시고니 위버는 여전사 이미지가 아니었잖아요.

하여간 이 영화의 성공은 1편 뒤에는 없었던 수많은 아류작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레비아탄], [딥 식스], [레릭], [불가사리]...

왜 이런 영화들이 판을 치기 시작했을까요? 물론 성공적인 전작들이 있었으니까 그랬겠지요. 하지만 영화의 성공이 늘 장르를 만들어내지는 않습니다. [죠스]를 보세요. 그 뒤에 나온 상어 영화들은 결코 '밀실 안의 괴물'처럼 단단한 공식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여럿 있습니다. 우선 기술의 발전입니다. 컴퓨터 그래픽, 애니매트로닉스, 특수 분장의 발전으로 괴물을 만들기가 아주 쉬워졌습니다. 예전에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으로나 간신히 가능했던 괴물들을 훨씬 손쉽게 화면 위에 등장시킬 수 있게 된 것이죠. 기술의 발전으로 괴물들은 밀실 안에서 설칠 수 있게 훨씬 작아졌고 같은 화면 속에서 등장인물들과 훨씬 역동적인 액션을 펼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술이 발전했으니 당연히 활용할 터를 찾아야죠? 그리고 '밀실 안의 괴물' 영화들은 그런 기술 활용에 최적이었습니다.

극적인 요소도 있었습니다. 예전 영화에서는 돌연변이 괴물들을 처단하기 위해 군대가 개입되는 일이 잦았습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불공평하죠. 아무리 커다란 괴물들이라고 해도 전 인류를 상대로 하는 전투에서는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밀실 안의 괴물' 트릭은 괴물에게 페어 플레이의 가능성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이제 주인공은 괴물들보다 훨씬 불리한 입장에서 괴물과 싸워야 합니다. 물론 주인공이 끝에 가서 이기지만 그래도 괴물에게 훨씬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는 건 인정해야겠지요.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공식이 발전할 가능성이 적습니다. 그 때문에 이 클리셰 사전에 올라온 것이죠. 내용은 뻔하잖아요. 갇힌 곳에서 사람들이 한 명씩 죽어가고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빠져 나갈 방법을 생각하며 미로를 헤메고... 심지어 괴물의 생김새도 다들 비슷합니다.

이런 진부함은 적절한 독창성이나 아주 뛰어난 테크닉에 의해 극복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불가사리]로, 이런 종류의 괴물 영화들이 무대로 하는 침침한 닫힌 공간 대신, 활짝 열린 사막으로 '밀실 안의 괴물' 클리셰의 공간을 연장했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갇혀 있지만' 보는 기분은 전혀 다르지요. 또다른 예인 [쥬라기 공원]은 일급의 뛰어난 감독과 엄청난 특수 효과의 도움을 받아 그 진부함을 극복한 작품입니다. 찾아보면 더 나올 거예요. (99/09/17)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