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오염 돌연변이

참, 정답고 그리운 클리셰지요. :-) 핵폭탄과 냉전 시대의 공포에 떨던 사람들을 한동안 재미있게 자극했던 트릭입니다.

설명이 필요할까요? 필요없겠지만 그래도 형식을 갖추려면 해야겠지요. 정부가 텍사스나 어딘가에서 핵실험을 하고 하필이면 그 근처를 지나가던 해없는 동물이 이 방사능을 잔뜩 쐽니다. 이 운좋은 괴물은 죽거나 앓는 대신 어마어마하게 커진 괴물이 되지요. 당대에는 안되더라도 어마어마하게 커진 새끼를 낳을 때도 있습니다. 방사능 오염이 원인이 아니더라도 폭발 때문에 지하나 심해의 괴물이 깨어날 수도 있고요. 방사능과 전혀 상관없는 일로 커지는 괴물도 가끔 나왔습니다. [신들의 양식]에서처럼 영양제 먹고 커버린 괴물들처럼요.

이런 영화들은 종종 메세지를 담는 척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의 제작자들이 정말 그런 것에 신경 썼을 리도 없고 이런 괴물 영화들이 정말 그런 메시지를 전달할 능력이 있었을 리도 없습니다. 이런 영화의 진짜 목적은 핵위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핵에 대한 공포를 품고 있던 사람들을 자극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괴물 영화 제작자들의 흑심을 잘 보여주는 영화가 있어요. [마티니]가 바로 그 작품이지요.

하여간 50년대에는 참 많은 동물들이 커졌습니다. 개미, 전갈, 거미, 도마뱀... 이 말도 안되는 괴물들은 거대한 팔 다리를 놀리면서 도시를 휘젓고 다녔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이나 애니매트로닉스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 기술은 조잡했습니다. 대부분 분장시킨 작은 동물을 세트에서 찍어 합성하거나, 작은 마리오넷으로 조종하거나, 심지어 손인형을 쓰기도 했지요. 물론 레이 해리하우젠과 같은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의 거장들이 근사한 장면을 만들어내주기도 했습니다만, 그것들은 돈이 꽤 들어갔습니다. 심지어 해리하우젠도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만을 고집할 수 없을 때도 많았으니까요.

그러나 지금 보면 그런 영화들도 나름대로 흥미진진합니다. 그런 인형들이 커다란 척 하면서 돌아다니는 모습에는 묘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당시 영화의 거친 특수 효과는 묘하게 강렬한 비현실성을 만들어냈는데, 이건 요새 남발되는 컴퓨터 그래픽 화면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예스러운 유행이 되어 버렸습니다. 요새 사람들은 방사능 때문에 거대한 괴물이 생겼다는 걸 쉽게 받아들일만큼 순진하지는 않습니다. 과학지식이 늘어서라기보다는 그런 걸 다룬 말도 안되는 영화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레트로 유행의 일부로 이런 이야기가 잠시 부활하기도 했습니다. [고질라]가 대표적인 예지요. 방사능 대신 유전공학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미믹]도 비슷한 방식을 이용하고 있고요. (99/10/29)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