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된 결혼식

결혼식을 중단시키는 것은 클라이맥스를 만들기 위한 가장 고전적인 수법 중 하나입니다. 방법이야 여러가지가 있죠. [졸업]의 벤자민처럼 결혼식을 올리려는 옛 여자 친구를 끌어내던가, [로빈 훗]에서처럼 사악한 귀족과 결혼하려는 음유시인의 여자 친구를 구해내거나, 아니면 [제인 에어]에서처럼 연인들의 결혼을 나쁜 뉴스로 끝장내거나, [천상의 시계장치]에서처럼 신부가 결혼이란 감옥에 갇히기엔 자기가 너무 아깝다고 생각해 달아나거나,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에서처럼 결혼식 날이 되어서야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와 맺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결혼을 그만두거나...

왜 이렇게 결혼식을 무대로 한 소동이 이렇게 많은 건가요? 그거야 결혼식이 일생을 결정짓는 대사니까요. 이혼이 잦은 요새는 결혼식의 힘이 좀 약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예전의 힘은 남아 있습니다. 이혼이 어려웠던 예전에는 더했지요. 종교나 사회적 규약이 짜증날 정도로 강했으니까요. 푸시킨의 [두브롭스키]를 보세요. 남자 친구가 여자를 구하러 왔지만, 여자는 서약을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싫어하는 남편 곁에 남지 않습니까?

그러고보니 결혼은 0시를 향해 질주하는 시한 폭탄처럼 근사한 서스펜스 제조 기계이기도 합니다. 신부가 'I do!'라고 말하는 바로 그 순간이 0시입니다. 그 때까지 주인공들은 온갖 재난을 무릅쓰고 결혼식장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겁니다.

요새는 어떨까요? 이런 트릭을 진지하게 쓰는 영화는 뜸해졌습니다. 너무 많이 쓰여져서이기도 하지만 세상이 바뀐 거죠. 이제 결혼식 서약은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결혼식 당일날 이혼하는 커플도 있는 걸요.

코미디에서는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 대표적이죠. [런어웨이 브라이드]는 시작부터 '달아나는 신부'라는 소재를 전면에 끄집어내서 한 편의 코미디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실 [졸업]의 결혼식 장면도 코미디였습니다. [천상의 시계장치]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00/02/29)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