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우주복

우리가 영화 속에서 보는 미래는 사실 과거의 반영입니다. 그 영화를 만들던 당시 사람들의 상상력은 과거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당시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재료와 기술도 문제가 있고요.

그 때문에 종종 재미있는 결과가 생깁니다. 1950년대 영화들을 지금 보면 그 당시 패션들은 고색창연하고 고전적일 뿐,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건 시대에 고정된 예스러운 옷들일 뿐, '유행에 뒤진 옷'은 아닙니다. 하지만 1950년대에 만들어진 SF 영화를 보면 사정은 다르지요. 50년대 사람들의 상상력이 극도로 부푼 결과는 대부분 우스꽝스럽습니다.

우린 이런 시각적 이미지에 익숙합니다. 알루미늄 포일로 만든 것 같은 반짝거리는 우주복, 역시 그만큼이나 반짝거리고 매끈거리는 비행접시들, 빈 깡통들을 이어 만든 것 같은 뚱뚱한 로봇들...

다들 이유가 있죠. 반짝거리는 우주복은 당시엔 첨단이자 현실이었습니다. 막 우주시대에 접어들던 시절이었으니까요 (30년대 플래시 고든 만화 주인공들의 옷들은 결코 '반짝거리지' 않습니다.) 매끈매끈한 표면의 비행접시 역시 당시 한창 유행이었던 UFO 열풍과 관계있고요. 당시 사람들은 당시엔 최첨단이었던 유행들을 극도로 확장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그렇게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반짝거리는 옷들은 보기에 불편합니다. [스타 트렉] 승무원들이 입고 나오는 스판덱스 옷은 불편하고 똥배를 가차없이 노출시킵니다. 비행접시는 너무 미래적이라 우리에게 충분한 현실감을 주지 못합니다.

이런 유행은 60년대 말부터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그 대표적인 예지요. 하디 에이미스가 디자인 한 의상들을 제외한다면, 이 영화는 그렇게 촌스러워 보이지 않습니다. 그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선이나 우주 정거장들이 패션에 종속되기보다는 엔지니어들의 기술적 상상력에 바탕을 더 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들은 쉽게 낡을 수가 없지요.

이런 유행을 보다 화끈하게 깬 것은 바로 조지 루카스의 [스타 워즈]였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디자인을 개선한 것이 엄숙한 과학적 논리였다면, [스타 워즈]는 현실성과 참신한 상상력을 조합한 결과였습니다. 50년대 선배들이 파놓았던 '미래성의 함정'에서 결국 빠져 나오고 말았던 거죠.

요새 나오는 거의 모든 영화들의 비주얼은 [스타 워즈]의 영향 하에 놓여있습니다. 심지어 스판덱스 옷의 창시자였던 [스타 트렉]의 새 시리즈도 그렇지요. 요즘 SF 영화에 나오는 옷은 우리가 입는 옷에 보다 가까우며 미래 세계도 현실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외는 있는 법입니다. 반짝거리는 우주복과 우주선은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으니까요. [스타 트렉 : 보이저]의 새 캐릭터 세븐 오브 나인을 보세요. 그 사람이 입고 나오는 착 달라붙은 점프 수트는 거의 전형적인 50년대식입니다. 제리 라이언의 몸매를 강조하려는 음모가 뻔히 보이지요. :-) (00/03/03)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