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골보골 회상신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영화적 트릭들은 사실 그렇게까지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클로즈업, 편집, 화면 분할... 모두 지극히 인공적인 트릭이지요. 영화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것들에 굉장히 당황해할 겁니다.

우리가 이런 것들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태어났을 때부터 다양한 영상 매체를 통해 장르에 대한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클로즈업은 물고기한테 물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에도 그랬을까요? 물론 아니었어요. 요새 관객들이, 옛날 영화들이 지나치게 자상하고 설명이 많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당시엔 정말로 그런 설명이 필요했어요.

대표적인 예가 보골보골 회상신입니다. 자, 우리의 영화 감독은 관객들에게 과거 회상을 보여주려 합니다. 무성 영화라면 아마 '그녀는 전쟁 전의 그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했다'나 뭐, 그 비슷한 자막으로 영화가 지금부터 회상으로 돌입할 것이라는 것을 밝힐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유성 영화에서는 어떻게 할까요? 나레이션으로 '지금부터 회상입니다!'라고 말해야 할까요?

그럴 수는 없죠. 그래서 그들은 다른 수를 썼습니다. 가장 잘 쓰이는 것은 뒤에 하프나 그밖의 몽롱한 소리를 내는 악기가 보골보골 소리를 내는 음악을 연주하고 화면이 흐릿해지는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현실에서 벗어나 주인공의 뇌가 만들어내는 몽롱한 영상 속으로 돌입하는 것입니다.

이런 수법은 꽤 오래갔습니다.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나 [형사]같은 60년대 영화에서까지 꽤 진지하게 쓰이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70년대에 들어서자, 보골보골 회상신은 시대에 뒤떨어진 유행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60년대에도 시대에 뒤떨어진 것은 마찬가지였지요. 어렸을 때부터 영화라는 장르에 물든 새 관객들에게 그건 너무 뻔한 트릭이었지요. 그들은 갑자기 화면이 바뀌어도 그게 회상이라는 것을 쉽게 이해했습니다. 감독들도 그런 그들을 믿기 시작했고요.

그러자 이런 몽롱한 회상은 농담 거리가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못말리는 비행사]입니다. 찰리 쉰이 아버지에 대한 진상을 듣는 장면은 전형적인 '보골보골 회상신'이죠. (00/03/18)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