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을 숨긴 사랑

제목 그대로입니다. 남자 주인공이나 여자 주인공이 다른 사람인 척하며 돌아다니는데, 그 와중에 다른 여자나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자, 주인공은 갈등하게 되죠. 왜냐하면 상대방이 자기 자신의 실제 모습이 아니라 변장한 가짜 모습에 빠져 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냥 가짜로 밀고 나갈까요? 아니면 고백해야 할까요?

참 오래된 트릭입니다. 영화라는 장르가 만들어지기 수백, 수천년전부터 있었던 이야기지요. 귀족 청년이 평민 소녀와 사랑에 빠지는 발레 [지젤]이 가장 유명한 예겠군요. 가장 유명한 연극은 마리보의 코미디 [사랑과 운명의 장난]이겠고요. 영화에서는 [25살의 키스], [소울 맨]과 같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약간의 변주가 있습니다. 주인공이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변장할 수 있죠. [세빌리아의 이발사]나 [착실함이 중요]에서처럼요. 셰익스피어 희곡에서처럼 이성으로 변장한 주인공이 상대방과 사랑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12야]가 가장 대표적인 경우지요. 영화에서는 [투씨]와 [옌틀]이 있군요. 최근에는 [소년은 울지 않는다]가 있었고요.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폭로 부분을 클라이맥스에 놓고 사랑의 도취와 진실 사이에서 주인공을 오가게 하는 겁니다. 폭로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영화의 결말이 정해집니다. 관객들은 해피 엔딩을 원하니까 결국 상대방도 주인공의 진실한 내면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는 쪽으로 흘러가는 게 많습니다. 하지만 [지젤]이나 [소년은 울지 않는다]에서처럼 넘을 수 없는 장벽이나 편견 때문에 비극으로 끝날 수도 있죠. 아니면 [투씨]처럼 어정쩡한 상태에서 끝날 수도 있고요.

왜 이런 이야기가 이렇게 사랑받고 자주 반복될까요? 바탕이 좋기 때문입니다. 로맨스만으로는 재미없을지도 모르지만 약간의 변장과 거짓말을 가미하면 서스펜스가 발생하죠. 게다가 이런 이야기는 그렇게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연애하는 동안 거짓말 한 번 늘어놓지 않는 사람 봤어요? 이런 변장담은 사실 일상적인 연애담에 콘트라스트를 살짝 주어서 과장한 것에 불과합니다. (00/05/23)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