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에서 깨어나기

전 악몽을 자주 꾸는 편입니다. 바로 어제도 하나 꾸었답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흡혈귀가 되고 전 제 방 창문으로 들어오려는 흡혈귀 군단과 한참 싸우고 있었지요. (교훈 하나: 리처드 매서슨의 소설은 자기 전에 읽을만한 작품이 아닙니다. 특히 저녁으로 피자를 먹었을 때는 더욱 그렇지요.)

꿈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흠, 대충 이랬답니다. 한참 창문을 책장으로 막고 있었는데, 슬슬 이게 꿈이라는 생각이 들더란 말입니다. 꿈이라는 걸 알게 되자 흡혈귀들을 겁내야 할 필요가 없더군요. 시간 배경을 낮으로 바꾸자 흡혈귀들은 그냥 달아나 버렸습니다. 꿈 속에서 더 이상 할 게 없을 것 같아서 자는 걸 그만 두었고요.

전 늘 이런 식입니다. 꿈이 현실 세계에 부딪혀 박살나는 일은 없어요. 하지만 영화에서 악몽을 꾸는 사람들이 깨어나는 방식은 오로지 하나입니다. 비명을 지르면서 후닥닥 윗몸을 일으켜 세우는 거죠. 대표적인 예가 [슬리피 할로우]입니다. [노스페라투] 리메이크 버전도 예외는 아니고요. 조니 뎁과 이자벨 아자니는 모두 같은 방식으로 비명을 지르며 윗몸을 일으킵니다.

실생활에서도 이런 게 보편적일까요? 적어도 저한테는 아닙니다. 심지어 자다가 갑자기 윗몸을 일으키는 동작 자체도 부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여러분도 한 번 해보세요. 아주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그때까지 깊이 잠들어 있었던 사람이 할 동작은 아니지요.

왜 이들은 늘 이렇게 극적으로 깨어나는 걸까요? 답은 질문 속에 있습니다. 극적이니까요. 저처럼 꿈 중간에 악몽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자각몽의 힘을 발휘해서 흡혈귀들을 쫓아낸다면, 거기서부터 이야기는 코미디가 될 겁니다. 진지성을 유지하려면 꿈을 강화시키고 꿈꾸는 사람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수밖에요. 그런 면으로 생각해보면, 비명지르고 깨어나기는 최선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가끔 다른 식으로 깨어나는 사람들을 그려도 재미있을 겁니다. 자각몽을 꾸는 사람에 대한 코미디를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만. (00/06/26)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