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들

[소공녀], [마델라인], [비밀의 화원], [아름다운 비행], [인어 공주], [제임스와 수퍼 복숭아], [오즈의 마법사]...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다들 주인공 아이가 고아거나 엄마나 아빠 한쪽이 없다는 것입니다. 네, 알고 있어요. 마델라인은 원작에서 고아가 아니죠. 하지만 영화에서는 고아랍니다.

어린이 영화를 보다보면 세상이 참 험악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처럼 엄마 아빠 없는 아이들이 사방에 굴러다니니까요. 영화 뿐만이 아니죠. 동화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알고 있는 동화책들 제목을 읊어보세요. 고아가 주인공이 아닌 작품은 오히려 드문 편입니다!

이런 클리셰는 오래 전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도대체 왜 작가들은 주인공 엄마 아빠를 죽이지 못해서 환장한 것일까요?

가장 기초적인 이유. 동정심을 끌기 때문입니다. 엄마 아빠가 양쪽이 다 살아 있는 아이보다야 홀홀 단신으로 세상 역경을 헤쳐가야 하는 어린아이 쪽이 훨씬 동정심을 끌죠. 시작도 하기 전에 몇 점 얻고 가는 겁니다. 물론 [마틸다]에서처럼 아주 형편없는 부모를 주어서 동정심을 주는 방법도 있지만 자주 쓸만한 수법은 아니죠.

극적인 면에도 도움이 됩니다. 밑바닥부터 시작하면 초반부의 우울함이 클라이맥스의 성공을 더 강조해주죠. [올리버 트위스트]를 보세요.

마지막이자 결정적인 이유. 고아들은 부모 있는 아이들보다 간섭을 훨씬 덜 받기 때문에 별별 모험에 다 뛰어들 수 있습니다. 아빠가 있었어도 짐 호킨즈가 보물섬을 찾아 떠났을까요? 허크 핀과 톰 소여도 부모가 있었다면 훨씬 따분한 나날을 보냈을 겁니다.

그러나 자꾸 반복되면 이것도 지겹죠. 특히 디즈니 영화에서는 왜 엄마를 찾기가 그렇게 힘이 드는 걸까요? [알라딘], [인어 공주], [미녀와 야수]... 슬슬 변화를 줄 때가 되지 않았나요?

물론 이런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끼칠 심리적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할 겁니다. 영화나 동화에서 부모의 역할이 지나치게 축소되는 것도 바람직한 것도 아니고요. (00/07/02)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