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악당

[미녀와 야수]에서 가스통이 어떻게 죽는지 기억나세요? 목숨을 살려준 야수를 비겁하게 등뒤에서 찌르려고 하다가 그만 성에서 떨어져 죽고 말지요. 최근에 개봉된 디즈니 영화 [다이너소어]에서도 나쁜 육식 공룡이 비슷한 최후를 맞는 모양입니다. 스필버그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공룡 시대]에도 비슷한 결말이 있고요.

그렇다면 디즈니 영화와 같은 어린이 영화 속에서 악당은 주로 높은 데서 떨어져 죽는다는 걸까요? 다들 그렇지는 않지만 많은 영화에서 그렇습니다. 죽는 방법의 다양성을 생각한다면 꽤 선택의 여지가 적어 보이죠.


(mii님 제공)

어린이 영화에서 이런 죽음이 선호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죽는 장면을 진짜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등급을 고려해야 하므로 잔인한 장면은 줄여주는 게 좋지 않겠어요? 물론 죽는 장면이 아주 안나오면 좋겠지만, 아무리 어린이용 영화라고 그렇게 뻑뻑하게 굴 필요는 없을 겁니다. 애들 영화라고 [보물섬]을 각색하면서 그 소설의 살인을 모조리 빼버린다면 이상해지겠지요? 살인이 일어났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다양한 방법으로 장면 자체를 가리는 법도 있겠지만, 주인공과 악당의 일대일 대결 장면에서는 그런 것도 못합니다.

두번째 이유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은 사고로 처리하기가 쉽다는 것입니다. 사실 영화를 보면 대부분의 추락 장면은 살인이 아닙니다. 주인공은 결코 악당을 직접 죽이지 않아요. 대부분 욕심이나 사악함이 지나친 악당이 자기 무덤을 판 결과지요.

아무리 상대방이 악당이라고 해도 주인공을 살인자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권선징악의 힘을 낮출 수도 없고요. '악당이 잡혀서 무기 징역을 선고받았다'로는 아무도 만족할 수 없을 겁니다. 악당은 죽어야 해요.

'추락하는 악마' 클리셰는 살인 없이 권선징악을 실행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악당들은 떨어뜨려 죽여야 한다'라는 회사 규칙이 있는 건 아니랍니다. (00/07/03)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