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저기 있었는데!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에서 케리 그랜트의 캐릭터는 그를 납치한 악당들로부터 간신히 빠져 나온 뒤, 다음 날 경찰을 데리고 다시 그 집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악당들은 사라지고 없고 집에는 멀쩡한 상류사회의 중년부인이 그들을 접대합니다. 당연히 그는 난처해지죠.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에서 제니퍼 러브 휴이트의 캐릭터는 차 트렁크 안에 살아있는 게들로 덮힌 시체를 발견하고 허겁지겁 친구들을 불러옵니다. 하지만 다시 트렁크를 열어보니 게도 없고 시체도 없네요.

'분명히 저기 있었는데!' 클리셰는 호러 영화나 서스펜스 영화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주인공이 시체나 흉기처럼 끔찍한 걸 발견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렸는데, 나중에 다시 와서 보니 그 끔찍한 건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없다는 거죠.

이 트릭의 목적은 주인공을 고립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특히 전문적인 액션 히어로가 아닌 보통 주인공을 다룰 때 더 자주 사용되지요. 만약 사람들이 위험이 다가왔다는 것을 그렇게 쉽게 믿는다면 이야기가 너무 쉽게 풀리지 않겠습니까? 이런 식의 증발이 반복되면 주인공은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이 되고 결국 시체나 흉기가 증발되지 않는 동안에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악당들과 혼자 싸워야 합니다. 물론 주인공을 믿지 못했던 사람들은 그 동안 하나씩 죽어가거나 그만큼이나 고약한 곤경을 치르겠지요.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지극히 진부해졌습니다. 그러니까 이 사전에 올라왔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이런 트릭을 좋아하는 듯 합니다. 어떤 진부함은 서스펜스를 가중시키기도 하는데, 이 트릭이 바로 그렇지요. 주인공이 시체를 버려두고 달아나기 시작하면 관객들은 외칩니다. "바보야, 그렇게 하면 안돼!" 원래부터 친숙한 설정이 아니라면 그 장면은 그렇게 서스펜스가 넘치지는 않을 겁니다. 막판의 깜짝 쇼만 있었겠죠.

심지어 주인공에게도 그런 불안함은 영향을 끼칩니다. 주인공 역시 이런 진부한 설정을 보고 들은 바가 있기 때문에 시체를 버려두고 경찰에 신고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주인공은 머뭇거리게 되고 거기서 또 서스펜스가 발생합니다.

농담으로도 쓰입니다. 얼마 전에 [심슨]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에서 하나 본 적 있어요. 학교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리사가 호머와 함께 경찰을 데려옵니다. 리사가 뭔가를 보았던 벽장문을 경찰이 열려고 하자 호머가 외칩니다. "그렇게 열면 아무 것도 없는 것 아니야? 그래서 경찰이 돌아가면 나중에 괴물이 튀어나오는 거 아니야?" 원래는 훨씬 더 긴 대사였지만 뜻은 그랬어요. (00/09/25)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