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산드라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려고 합니다! 수세기 동안 휴화산이었던 뒷산이 폭발하려 합니다! 존경 받는 시장이 악마의 앞잡이입니다! 다행히도 우리의 주인공은 이 모든 끔찍한 비밀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젠장, 왜 아무도 안 믿는 거죠?

할리우드 호러나 액션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대충 두 종류의 사람들로 나뉘어져 있는 듯합니다. 뭐든지 믿는 사람들과 아무 것도 안 믿는 사람들. 현실 세계와는 달리 할리우드 영화는 뭐든지 믿는 사람들에게 유리합니다. 현실 세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회의론은 할리우드에서 먹히지 않지요. 결국 주인공의 경고를 무시한 사람들은 끔찍한 피해를 입게 됩니다.

왜 이런 카산드라 이야기들이 이리 많은 것일까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을 들 수 있습니다.

1. 원래 할리우드 호러나 액션 장르는 비정상적이고 예외적인 상황들을 많이 다룹니다. 당연히 현실 세계의 상식은 여기에 맞지 않죠. 하지만 영화 속의 캐릭터들은 여전히 그런 상식을 따라 행동하고 있으니 주인공의 괴상한 주장은 무시되는 게 당연하죠.

2. 이런 식의 카산드라 이야기는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데도 큰 힘이 됩니다. [단테스 피크]에서 피어스 브로스넌은 사태를 제대로 예언한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3. 아무도 주인공을 믿지 않으니 주인공은 뭐든지 혼자 해결해야 합니다. 결국 할 일이 많아지고 긴장감이 발생하죠.

4. 대리 충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살아오면서 한 번 이상 카산드라였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관객들은 영화 속의 카산드라들이 무시되다가 정작 사고가 터지면 쾌감을 느끼죠. 다들 속으로 이렇게 외칠 겁니다. "것 봐라, 바보들아!"

카산드라 클리셰는 다른 클리셰들을 양산하기도 합니다. 카산드라의 말을 듣지 않는 바보들의 이름들은 할리우드 살생부에 기재됩니다. [분명히 저기 있었는데!] 클리셰 역시 카산드라의 존재 없이는 나올 수 없고요. (00/11/20)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