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프행어

클리프행어의 의미는 절벽에 매달린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물론 정말 그런 뜻으로만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대충 아슬아슬한 위기 상황에서 끝나는 결말'이라고 말하면 될 것 같아요. 이미 [복잡한 함정]에서 여러 구체적인 예를 들었고 반쯤 설명도 해놨으니 여기서는 두 번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클리프행어'는 전적으로 연재물의 트릭입니다. 영화와는 달리, 연재물은 계속 시청자들이나 관객, 독자들을 다음 시리즈까지 끌어들여야 하므로 일종의 미끼가 필요하지요. 위기 일발의 상황을 만들어놓고 다음 편에서 해결하는 방식은 그 중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클리프행어'의 개념은 특히 시즌이 분명한 미국 텔레비전에서 더 중요시됩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길게 이어지는 시즌의 공백이 상당히 길므로 어떻게든 굉장한 미끼를 걸지 않으면 안되거든요. 그에 비하면 우리 나라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길게 이어지는 연속극에서는 거의 모든 에피소드의 결말이 작은 클리프행어니까요.

문제는 '클리프행어'라는 트릭이, 그 자체만으로는 시청자들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없을 정도로 모두에게 익숙해졌다는 데 있습니다. 사실 그렇잖아요? 자, 스컬리는 지금까지 자기가 멀더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사실은 변신 외계인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건 정말 굉장한 결말입니다. 하지만 다음 편에서 그 신의 해결은 어쩔 수 없이 빨리 끝나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다음 액션으로 이어지거든요. 그 신을 클라이맥스로 만들면 그 에피소드의 균형이 잡혀지지 않죠. 이런 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국의 역습]은 한 솔로가 자바 더 헛의 장식물이 되면서 끝납니다. 관객들은 당연히 한 솔로 구출 작전을 몇 년 동안 기다릴 수밖에 없죠. 하지만 정작 기다리고 기다리던 구출 작전은 [제다이의 귀환]의 본 액션이 시작되기도 전에 잽싸게 끝나버립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왠지 속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어요.

게다가 몇 개월의 갭이 지나는 동안 시청자들이 전편의 액션을 다 까먹을 수도 있습니다. 시청자들을 다음 시즌까지 끌어들이는 데엔 성공했을지 몰라도 정작 작품 자체를 제대로 감상하는 데엔 문제가 많지요. 저도 요새 AFN Korea에서 다시 시작한 [엑스 파일] 에피소드를 보면서 버벅대는 편입니다. 도대체 앞에 뭔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야 말이지요.

클리프행어는 손쉽게 극적인 결말을 만들 수 있지만 바로 그 손쉽다는 이유 때문에 후반부의 맥을 빼놓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말해 쉽게 진부해지지요. 이 트릭이 클리셰 사전에 올라온 것도 그 때문입니다. (01/05/15)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