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결혼식

[ER] 7시즌 후반부에 가면 마크 그린과 엘리자베스 코데이가 드디어 결혼을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 결혼식은 어쩜 그렇게 되는 게 없을까요? 만삭인 신부는 바짝 긴장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결혼식에 오기로 한 마크의 딸 레이첼은 비행기를 놓쳤고 간신히 탄 다른 비행기는 중간에 악천후 때문에 주저앉았습니다. 결혼식에 가려는 마크는 더 고약한 입장입니다. 불법주차한 밴이 끌려가 어쩔 수 없이 탄 버스는 중간에 고장을 일으키고요. 그리고 눈치 없이 내리는 사월의 소나기 속에서 이 모든 소동에 말려든 사람들은 흠뻑 젖고 맙니다.

'험난한 결혼식' 공식은 어느 정도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 결혼식을 태평한 태도로 능숙하게 올리는 사람들은 많지 않죠. 자자 가보처럼 막강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바짝 긴장해 있고 긴장한 사람들은 원래 실수도 많이 하는 법입니다. 덕택에 대부분의 결혼식들은 자잘한 소동의 연속이고 사람들은 수십 년동안 그런 것들만 기억하면서 당사자들을 난처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험난한 결혼식'은 기능적인 성격이 더 강합니다. 특히 극장용 로맨스 영화보다는 호흡이 긴 시리즈물에 더 유용하지요.

로맨스 영화에서 결혼은 로맨스의 정점입니다. 당연히 아름답고 완벽한 클라이맥스가 되어야지요. 영화는 가장 아름다운 부분만 보여주고 끝을 보면 됩니다.

하지만 [ER]과 같은 시리즈는 조금 다릅니다. 결혼식 자체가 하나의 에피소드를 이루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결혼식이란 원래 지루한 법입니다. 재미없는 복장을 한 사람들이 나란히 서서 지루한 설교를 듣는 게 진짜 결혼식의 전부입니다. 이 정도는 부족해요. 뭔가 더 액션이 필요한 겁니다.

하지만 결혼식처럼 공식화된 예식에서 다양한 액션을 뽑아내는 건 쉽지 않습니다. 나오는 게 뻔하니까요. [ER]에서 마크와 엘리자베스가 이미 남들이 다 영화 속에서 한 소동을 모조리 겪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01/05/23)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