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영화에 나오는 우주 공간은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 공간과 다른 곳입니다. 우주 전쟁이 나오는 아무 영화나 골라보세요. 엄청 돈을 들인 사운드가 극장 스피커를 꽝꽝 울립니다. 마치 진공 속에서도 소리가 전달되는 것처럼요.

(사실 우주 전쟁터가 아주 조용하지는 않을 겁니다. 가까운 곳에 폭발이 일어나면 근처 우주선은 소리 비슷한 것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폭발로 날아가는 기체가 소리를 전달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영화 속에서처럼 장대한 사운드 효과는 기대하지 말아야죠.)

우주선들이 움직이는 걸 봐도 영화 속의 우주가 우리의 우주와 같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딥 임팩트]를 보세요. 진공 속을 날아가는 우주선이 마치 대기권 내를 나는 전투기처럼 신나는 재주를 부립니다. 하지만 대기권 내의 전투기들이 그처럼 정교하게 날 수 있는 것은 대기 속에서 '헤엄'을 치고 있기 때문이죠. 진공 속에서는 결코 그런 재주를 부릴 수 없습니다.

영화 속의 우주 공간이 비어 있지 않다는 증거는 또 있습니다. 우주 공간에서 쏜 레이저 총은 언제나 파란 궤적을 남깁니다. 눈에 보일 정도로 속도가 느리기도 하고요.

영화 속의 기압차는 종종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과장되어 있습니다. [토탈 리콜]을 보세요. 화성 대기로 주인공이 밀려나가자마자 눈이 튀어나오면서 괴물처럼 변하지 않습니까? 우주선 창문이 열리자마자 외계 괴물의 육체가 젤리처럼 분해되어 밖으로 빨려나가는 [에일리언 4]는 어때요? (보다 사실적인 묘사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미션 투 마스]를 참고하세요.)

반대로 기압차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국의 역습]에서 레이아 공주와 한 솔로는 도대체 뭘 믿고 산소 마스크만 하나 달랑 쓴 채 우주선 밖으로 나가는 걸까요?

영화 속의 중력은 기압차와 신비스럽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스페이스 1999]에 재미있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알파 달기지의 승무원들은 실내에 있을 때는 그냥 정상적으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일단 우주복을 입고 밖으로 나가면 몸이 둥둥 뜨기 시작하죠. 잠시 달에 대기가 돌아온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는데, 그 때는 또 밖에서도 정상적으로 움직이더군요. 덕택에 무중력 상태를 만드는 방법도 쉽습니다. 공기를 빼면 되니까요!

영화 속에서는 어디를 가나 중력은 같습니다. 달에 가도 1G이고 화성에 가도 1G이고 심지어 소행성이나 혜성에 가도 1G죠.

영화 속의 우주는 보기만큼 뻥 뚫려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종종 그들은 적들을 막기 위한 2차원적 방어막을 쌓습니다 ([최후의 스타 화이터].) 우주 함대들도 종종 하는 짓이 이상합니다. 어느 방향으로 튈 수 있는 적의 우주선을 막기 위해 꼭 정면에만 우주선들을 배치하니까요.

영화 속 우주에는 신비스러운 상하 감각이 있습니다. 두 우주선이 우연히 만날 때도 늘 상대방과 같은 각도를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광속은 종종 무시됩니다. 화성에 간 우주인들이 휴스턴과 즉시 통신을 하는 게 당연히 되고 있죠. ([스피시즈 2], [로켓 맨]...) (01/11/30)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