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동물들

벅스 바니, 대피 덕, 포키 피그, 트위티 버드, 실베스터의 공통점은? 모두 워너 브라더즈에서 만든 루니 튠즈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동물 주인공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공통점은? 모두 수컷이라는 것이죠.

디즈니는 어때요? 미키 마우스, 구피, 플루토, 도널드 덕은 모두 수컷입니다. 미니 마우스와 데이지 덕이 있지 않느냐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그들은 모두 '여자 친구용'이죠. 독자적인 여자 주인공인 암소 클라라벨과 같은 캐릭터들은 끝끝내 도널드 덕과 같은 명성을 얻지 못했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 하나. 한 번 애완 동물들이 나오는 아무 영화나 꺼내서 그 동물의 성을 확인해보세요. 십중 팔구 수컷일 겁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세상이 정상적이라면 그런 동물들의 수컷과 암컷의 비율은 반반이거나 암컷이 조금 많아야 할 겁니다. 그런데도 영화 속에서 암컷 동물들을 찾기는 경악스러울 정도로 힘이 듭니다. 래시도 노골적인 여자 이름을 달지 않았다면 수컷으로 개조되었을지도 모르죠. 아니 개조가 뭐야. 래시를 연기한 배우들은 모두 수컷들이잖아요.

핑계는? 많습니다. 예를 들어 워너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수컷이 많은 것은 그들이 만든 작품들이 슬랩스틱 위주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죠.

그러나 진짜 이유는 다릅니다. 영화 속에 수컷들이 그렇게 많은 진짜 이유는 영화 속의 동물들이 대부분 무성적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남자들은 당연히 무성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남자들은 정상인 존재이고 여자들은 특정 기능에 맞게 비틀려진 이상한 존재인 것입니다. 캐릭터를 여자로 만들려면 어떻게든 '여성적인' 역할을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레이디와 트램프]의 레이디처럼요.

'정치적 공정성'에 대한 개념이 생기면서 이런 것들은 조금씩 수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워너에서 최근에 낸 [타이니 툰 어드벤처]와 [애니마니악] 시리즈에서는 의식적으로 삽입한 여자 캐릭터들이 상당히 섞여 있습니다. [타이니 툰 어드벤처]에서는 남자 일색인 만화 역사에서 잊혀진 여성 캐릭터를 찾아나서는 뱁스의 모험담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남자 캐릭터에게 밀리는 건 사실이에요.

애완동물의 성비에는 여전히 혁명적인 변화가 없습니다. 암컷 강아지를 떠올리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일까요? (01/12/20)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