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절약 방송

우린 어떻게 바깥 세상의 정보를 얻을까요? 옛날 같았으면 직접 나가서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보아야 했을 겁니다. 세상이 조금 발달하자 신문이 나왔고요. 그 다음엔 텔레비전과 라디오라는 게 나왔고 요새는 인터넷이 그 뒤를 이었지요.

당연히 이들은 줄거리를 끌어가는 도구가 됩니다. 자, [버피]의 유명한 [Hush] 에피소드에서 버피와 윌로우는 서니데일의 모든 사람들이 벙어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린 다음과 같은 것들에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과연 이건 전국적인 사태일까요? 아니면 서니데일에만 국한된 사태일까요? 다른 사람들은 이유를 알고 있을까요?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요? 다행히도 잰더는 그 정보를 알고 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봤기 때문이지요. 그는 지금까지 소리를 줄여놓고 있던 텔레비전의 볼륨을 높힙니다. 놀랍게도 바로 그 순간 친절한 뉴스 진행자는 서니데일의 벙어리 전염병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자상하게 소개해줍니다.

라디오의 음악 방송도 비슷한 방식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주인공이 라디오를 틀면 꼭 시작 부분이거나 막 디제이가 음악을 소개할 때죠. 그것도 분위기와 꼭 어울리거나 주인공이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고요.

그 자체로는 이상할 게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끝도 없이 반복된다면 좀 수상쩍죠. 텔레비전과 라디오의 시청자와 청취자들은 비교적 수동적인 사람들입니다. 우린 어쩔 수 없이 방송국에서 보내오는 정보들을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죠. 뉴스를 들으려면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영화 속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기다리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 식의 리얼리즘을 따지다가는 쓸데 없이 시간을 날리게 되니까요. 그러다보니 시청자들이나 관객들은 방송국이 주인공들에게 이상할 정도로 관대하다는 인상을 받게 되지요.

아마 인터넷과 인터액티브 방송이 보편화되면 이와 같은 작위적인 설정은 조금씩 줄어들 겁니다. 하지만 라디오 음악은 조금 더 버티겠지요. 음악의 경우 그런 우연의 중요성이 더 강하니까요. (02/04/04)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