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엿듣기

[버피] 5시즌 에피소드 [Blood Ties]에서 버피의 동생 던은 드디어 자신이 6개월 전에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열쇠'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으로 정신이 오락가락한데, 글쎄 밑에서는 버피가 엄마에게 "걔는 진짜가 아니에요. 우린 걔의 진짜 가족도 아니라구요. 우린 걔가 누군지도 몰라요" 따위의 말이나 늘어놓고 있네요. 실망하고 겁에 질린 던은 두 사람이 떠드는 동안 잽싸게 집에서 뛰쳐 나옵니다.

만약 던이 엄마와 언니의 대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엿들었다면 그렇게까지 충격을 받지는 않았을 겁니다. 버피는 그 대사 뒤에 "걔가 지금 그렇게 느끼고 있을 거란 말이에요"라고 덧붙이거든요. 던은 정말 최악의 부분만 골라 들은 거예요.

'잘못 엿듣기'는 오해를 이용해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입니다. 진부하다는 걸 빼면 상당히 쓸모 있죠. 만약 캐릭터들의 관계가 지나치게 안전하게 느껴진다면 이런 식으로 불신을 조장해 드라마와 분열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추리물이라면 이런 식으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서 독자나 관객들을 헛갈리게 할 수 있죠.

많은 진부한 이야기들이 그렇듯 여기에도 유익한 교훈이 있습니다. 하나는 아무리 친한 사람들 사이라고 해도 위험한 불신의 씨앗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체 문맥 속에서 이해하지 않으면 개별 문장들은 쉽게 엉뚱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겁니다. (02/04/16)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