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번개는 대기 중에서 일어나는 방전현상입니다. 단순한 자연현상이지요. 하지만 전기가 뭔지, 방전이 뭔지 몰랐던 사람들에게 이 거창한 자연현상은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초자연적인 설명들이 동원되기도 했고요. 가장 많이 동원된 설명은 '신의 처벌도구'라는 것이었습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유명한 연 실험으로 번개가 방전현상이라는 것을 밝힌 뒤로 번개는 설명 가능한 영역으로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신비주의의 갑옷을 완전히 벗어던진 건 아니었지요.

[프랑켄슈타인] 영화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괴물에게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번개를 이용하지요. 생각만큼 환상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19세기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들렸을 수도 있는 아이디어죠. 갈바니의 실험으로 생체 전기에 대한 것이 밝혀졌고 번개도 전기라니, 번개로 죽은 생명체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겠어요?

실제로 번개 맞은 사람들에게 사망이나 화상 이외의 변화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장님이었던 사람이 번개를 맞고 시력을 회복했다는 식의 사례가 지금도 가끔 보고되기도 하니까요.

물론 [프랑켄슈타인] 영화의 번개는 정말로 야무진 과학적 바탕에 기초를 둔 건 아니었습니다. 그 영화의 번개는 프랭클린의 실험 이후 재정립된 번개 미신의 일부였지요.

이제 많은 SF/환상물에서 번개는 사태를 뒤바꾸는 가장 안이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13일의 금요일 6]에서 제이슨이 어떻게 살아나던가요? [인조인간 캐산]에서 안드로 일당은 어쩌다가 지구를 정복할 생각을 품게 되었을까요?

물론 가전 제품이 사방에 널려 있는 현대에는 꼭 번개만 이런 기적을 일으킬 필요는 없게 되었습니다. [왓 위민 원트]에서 멜 깁슨 캐릭터에게 여자들 마음을 읽는 능력을 부여한 건 번개가 아니라 가정 감전 사고였지요. (02/04/25)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