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선물

바뀐 선물은 주로 영화보다는 연속극에 쓰이는 도구입니다. 시청자들이 오랜 시간 동안 주인공들과 그들의 관계에 익숙해진 긴 호흡의 연애담에서 보다 설득력있게 쓰이거든요.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등장인물 A에겐 애인 B와 친한 친구 C가 있습니다. 어느 날 A는 돈이 생긴 김에 B와 C에게 선물을 사주기로 마음 먹습니다. 하지만 같은 곳에서 선물을 산 통에 B와 C의 선물이 바뀌어 버리지요. 여기서 이야기는 발산됩니다. 선물이 바뀐 걸 알고 필사적으로 그걸 만회하려는 A의 노력이 주가 될 수도 있고, 바뀐 선물 때문에 A의 감정을 오해하는 C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B와 C의 설정도 바뀔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서 오중이는 어머니의 반지와 정수에게 선물로 줄 가짜 반지를 섞어버렸지요.

'바뀐 선물'이 반복되는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첫째로 이 이야기는 서스펜스 넘치는 슬랩스틱 코미디의 설정이 될 수 있습니다. 악의없는 주인공을 등장시키면서도 범죄물에나 먹힐 음모들을 써먹을 수 있는 거죠.

그러나 이 설정이 애용되는 진짜 이유는 이런 실수가 프로이트식 실수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똑바로 살아라]에서 정명이 여자친구 려원에게 줄 목걸이 선물을 이성 친구 정윤이에게 준 이유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정말로 정윤이를 려원이보다 더 생각했다고 설명할 수 있다는 거죠. (03/12/05)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