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랙션 진혼곡

클랙션 진혼곡은 교통사고를 묘사하는 가장 흔해빠진 트릭입니다. 자동차가 충돌하고 멈추면 운전석에 타고 있던 사람의 몸이 앞으로 쓰러져 클랙션이 울리는 거죠. 일단 울리기 시작한 클랙션 소리는 마치 "여기 사람이 죽었어요!"라고 외치는 것처럼 그 장면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클랙션 진혼곡이 애호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침묵과 소음, 운동과 정지의 대위법이 기가 막힙니다. 자동차 사고라는 동적인 사건이 일어난 뒤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정지와 침묵 속에서 단음의 클랙션 소리가 울리는 거죠. 시청각 매체인 영화에서 이 장치는 무척 매혹적입니다.

또다른 이유는 의미에 있습니다. 교통사고는 기본적으로 죽음과 기계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설정의 일차적인 의미는 기계에 의해 사람이 죽는다는 것입니다. 클랙션 진혼곡은 이 둘의 연결을 보다 시적으로 뒤섞습니다. 자동차는 사람을 죽였지만 사람에 의해 그 자신도 죽습니다. 자동차의 클랙션을 울리는 건 보통 살아있는 사람이 작동되는 자동차를 통해 하는 행동이지만 여기서는 사람과 자동차가 죽은 결과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행위는 간단한 변수만이 존재하는 기계적인 움직임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클랙션 장송곡에는 좀 섬뜩한 구석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초현실적인 요소들이 제거된 유령의 노래와도 같죠. 우리가 사는 기계 세계에서는 죽음 다음에 침묵이 찾아오는 것도 당연한 게 아닌 겁니다. (05/05/31)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