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로포름

클로로포름의 화학식은 CHCI3. 1831년에 최초로 제조되었고 1847년 스코틀랜드인 내과의사 제임스 심슨이 최초로 마취제로 사용했지요.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굉장히 위험하거든요. 그래도 화학 용매로는 쓰이고 있고 접착제로 쓰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클로로포름은 19세기 대중문학작가들이 이 마취약의 가능성을 발견하면서 허구의 세계로 들어왔습니다. 그건 머리를 때리는 것 같은 폭력을 쓰지도 않고, 음료수에 약을 타는 것처럼 복잡하고 시간 걸리는 음모를 꾸미지 않으면서 희생자를 무력화시키는 방법이었지요.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했을 겁니다. 아르센 뤼팽이나 셜록 홈즈 소설에서도 클로로포름을 이용한 납치 장면들이 등장하니 당시 이 도구의 인기가 어땠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이런 도구들은 꾸준히 B급 영화나 만화에 쓰이다가 6,70년대에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영미권 텔레비전 시리즈에서요. 아직도 많은 [원더우먼] 팬들은 그렇게 자주 쓰이지도 않았던 원더우먼의 클로로포름 납치 장면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데, 그건 이 설정에 숨어있는 노골적인 성적 의미가 굉장히 강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핑계가 되는 액션을 지워버리고 처음부터 이와 관련된 페티시를 밀고 가는 작품도 생겼습니다. 리카르도 프레다의 호러 영화 [L'orribile segreto del dott. Hichcock]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클로로포름이 재미있는 건 이 화학물질이 19세기와 20세기 대중문화의 통로를 거치면서 허구적인 마법을 획득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게 모두 허구는 아닙니다. 클로로포름이 강한 흡입식 마취제인 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어벤저] 시리즈나 [원더우먼]에 나오는 것과 같은 마법의 액체는 아닙니다. 위험하고 효력도 그렇게까지 강하지는 않으며 뒤끝이 깔끔하지도 않습니다. 70년대 텔레비전 시리즈에 나오는 클로로포름은 19세기적인 환상이었습니다. 클로로포름이 거의 유일한 의학용 마취제였던 당시의 판타지였지요. 그게 마취제로의 수명이 다한 20세기 후반까지 끌었던 겁니다.

지금 이런 판타지는 그렇게 유행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도 [버피] 같은 시리즈에 가끔 등장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 판타지에 경도되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종종 불운한 사고도 발생합니다. 성적 판타지를 실현하거나 정말로 사람을 납치하는 데 이 화학물을 쓰다가 누가 죽는 거죠.

최근 이 화학물질이 사용된 건 피터 잭슨의 [킹콩]이었습니다. 그렇게 현실적인 해결책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원작에 나오는 정체불명의 가스탄이 더 이치에 맞았지요. 적어도 원작은 그 가스가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았거든요. (06/05/02)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