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미녀 키스

'잠자는 미녀 키스'는 문화적으로 용인된 성추행입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오리지널 스토리에서는 왕자가 잠자는 공주에게 키스하는 대신 공주를 강간해 임신까지 시키니 그 이야기가 그대로 전승되었다면 큰일날 뻔했죠.

물론 정말로 '잠자는 미녀 키스'가 성추행으로 그려지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성추행범이 되는 대신 마법에 걸린 공주를 깨우는 해방자의 역할이 더 크죠. 디즈니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에 나오는 왕자가 가장 대표적인 예입니다. 요샌 수영장이나 해수욕장의 인공호흡이 그 역할을 해주기도 해요. [MSCL]에서 주인공 앤젤라 체이스가 키스라고 우기면서 가슴 떨리는 추억으로 기억하는 것도 바로 그런 해변가의 인공호흡이었죠.

그러나 일반적인 '잠자는 미녀 키스'에서 키스하는 사람은 해방자보다는 약자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한마디로 상대방이 깨어있을 때는 차마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지 못하는 거죠. 제이미 배비트의 단편 [잠자는 숲속의 공주들]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이 영화에서 잠자는 공주들은 주인공 헤더의 처절한 짝사랑의 상징입니다.

배비트의 단편은 사랑스러운 로맨스지만 보다 섬뜩한 의미도 품고 있습니다. 바로 네크로필리아요. 조금만 넘어가면 린 스톱케비치의 불쾌한 영화 [키스드]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지요. 정말 네크로필리아의 주제를 강조하지 않는 경우에도 '잠자는 미녀'는 죽은 사람일 때가 많습니다. [레미제라블]에서 에포틴느가 마리우스의 키스를 받았을 때, 그 사람은 이미 죽어있었죠.

또다른 변형은? 얼마 전에 전 채널 서핑을 하다가 MBC 주말연속극 [진짜진짜 좋아해]에서 '역 잠자는 미녀 키스'라고 할 만한 것을 봤습니다. 봉기가 봉순이의 잠자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장선생님과 함께 있는 꿈을 꾸고 있던 봉순이가 여전히 잠든 상태에서 갑자기 봉기에게 키스를 하더군요. 아까 '잠자는 미녀 키스'가 문화적으로 용인된 성추행이라고 했는데, 이 경우는 당사자가 책임 질 필요도 없는 성추행이라고 우길 수 있겠군요. (06/05/25)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