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음... 제가 지금까지 정말로 불치병과 시한부 인생 클리셰를 다루지 않았던 건가요? 불치병으로도 검색했고 시한부 인생으로도 검색했지만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군요. 왜 그랬던 걸까요? 너무 진부해서 당연히 썼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아니면 언젠가 쓰긴 했는데, 깜빡 잊고 리스트에 반영하지 않은 걸까요?

불치병 클리셰는... 말 그대로 주인공이 불치병에 걸린다는 것입니다. 십중팔구 죽어요. 암, 백혈병, 결핵... 80년대 이후에는 에이즈가 인기를 끌었고요. 병은 계속 생기니 앞으로도 새로운 질병들이 나와 불치병 클리셰를 채워줄 것입니다.

이 클리셰가 가장 인기리에 사용되는 부분은 로맨스입니다. 두 사람이 정말로 사랑하는데, 그만 한 명이 세상을 떠난다는 거죠. 그것도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젊고 아름다운 상태로요. 에릭 시걸의 [러브 스토리]가 가장 고전적인 원형을 제공해주고 있지요. 아들 뒤마의 [춘희]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부분 죽는 건 여자 주인공들인데, 이들은 영화 속에서 병에 걸린 뒤 더 아름다워지는 신비한 현상을 체험하죠.

불치병 클리셰는 보다 철학적인 용도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어차피 우린 불치병에 걸려 있지 않아도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지요. 갑작스럽게 떨어진 불치병의 선고는 그 간단한 사실을 환기하고 우리에게 삶의 의미에 대해 돌이켜 보게 해 주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가장 최근의 예로는 프랑스와 오종의 [타임 투 리브]를 들 수 있겠군요.

가끔 반전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인공이 죽지 않는 거죠. 인터페론이 암치료제로 각광을 받았던 몇십 년 전에는 이 기적의 명약 때문에 목숨을 건진 주인공들이 있었습니다. 그보다 인기 있는 건 의사의 오진이지요. 장진의 [아는 여자]가 거기에 가장 뻔한 예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07/01/16)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