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수 줄이기는 밀폐된 공간을 다룬 서스펜스 물에서 주로 쓰이는 방법입니다. 본격적인 액션이 일어나기 직전이나 직후에 주인공들은 갑자기 지금까지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고립되는 것이죠.

가장 대표적인 예는 [쥬라기 공원]입니다. 원래 [쥬라기 공원]은 과학자들과 회사 직원들이 부글거리던 곳이었어요. 하지만 공룡들이 탈출하는 동안 그들은 어디서 뭐하고 있었나요? 섬밖에서 편하게 텔레비전이나 보고 있었겠지요. [포세이돈 어드벤처]는 어떤가요? 뒤집혀진 여객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진 해크먼 목사 일행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건 다른 길을 따라가는 대다수의 사람이 아니라 고집쟁이 목사가 이끄는 소수죠.

이런 일들은 다른 영화들에서도 자주 일어납니다. 소설보다 영화가 더 흔한 편이죠. 그 이유는 영화의 경제성 때문입니다. 소설에서는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등장해도 활자 몇 개로 커버가 가능해요. 하지만 영화에서는 인원수를 줄이는 게 좋습니다. 꼭 필요한 인물들만 화면에 등장시켜야 관객들이 헛갈리지 않고 제작비도 줄지요.

아마 이런 트릭의 가장 극단적인 예는 [로빈슨 크루소]일 겁니다. 아니, 그보다 더 극단적인 예도 있군요. [조용한 지구]와 같은 인류 멸망물이요. (07/02/15)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