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비한 경쟁자에서 깨끗한 패자로

[야비한 경쟁자에서 깨끗한 패자로]는 스포츠 영화의 다소 괴상한 공식입니다. 꼭 스포츠 영화일 필요는 없어요. 주인공이 실력으로 인정을 받는 내용의 영화들엔 꽤 자주 등장하지요.

내용은 이런 것입니다. 주인공 또는 주인공들은 승리로 가는 중간에 그들과 대결하게 될 경쟁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대부분 주인공들보다 더 경험이 많고 몸집도 크고 인정도 받았지만 야비하고 뻔뻔스러우며 무례합니다. 그들은 경험없는 주인공을 놀려대고 심지어 그들을 몰아내기 위한 음모도 꾸미죠. 그런데 주인공이 마지막에 승리를 거둘 무렵이면 은근슬쩍 그들의 태도가 돌변합니다. 지금까지는 얄팍한 악당이었던 이들이 어느 순간부터 이해심많은 2인자 또는 패자가 되어 있거든요.

이건 스포츠 영화의 주제와 관련있습니다. 영화가 복수극의 형태를 취한다고 해도 스포츠 영화라면 스포츠 정신을 넘어서서는 안 되지요. 그리고 스포츠란 상대편을 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한 경쟁으로 승리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결말을 찜찜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그 쫀쫀한 인간들을 개심시키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인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을 처단해야 하는데, 그건 좀 곤란하죠. 격투기 영화가 아니라면요.

당연하지만 여기엔 약간의 변형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꼭 이기지 않아도 됩니다. [록키]에서 록키는 아폴로를 이기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는 경쟁자의 인정을 받죠. 아까도 말했지만 주인공은 꼭 스포츠 선수가 아니어도 됩니다. [탑 건]이나 패러디 영화인 [못말리는 비행사]에선 주인공이 전투기 비행사지만 공식은 그대로 적용되지요. (07/03/29)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