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커튼

'버스 커튼'은 이런 겁니다. 등장인물 A가 한참 동안 찾고 있던 등장인물 B를 발견합니다. 이제 길만 건너면 B를 만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때 커다란 버스가 나타나 그들 사이를 지나가고 그동안 B는 바람과 함께 사라져버립니다.

여기엔 다양한 변주가 있습니다. 버스가 아니라 트럭일 수도 있고 기차일 수도 있지요. 무대가 도시의 대로가 아닌 건널목일 수도 있고요. A는 범죄자인 B를 추적 중인 경찰일 수도 있고 어린시절의 친구 B를 우연히 만난 평범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경우건 한가지는 분명해요. 커다란 교통수단이 마치 마술사의 장막처럼 갑자기 등장해 사람을 사라지게 만든다는 거죠.

B는 어디로 갔을까요?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렇게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겁니다. 기껏해야 시야에서 사라지는 정도겠죠. 아마 그 사람은 골목 바로 뒤에 있거나, 지하철 역으로 내려갔거나, 버스가 앞에 있는 동안 자기 차에 올랐을 겁니다. A가 잽싸게 대처하면 충분히 B를 따라잡을 수 있어요.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는 철저하게 시각적인 매체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거죠. 그는 말 그대로 허공 속으로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런 걸 보면 영화는 여러가지 면에서 마술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관객들은 허상인 걸 알면서도 영화를 보는 동안엔 2차원의 스크린 위에 벌어지는 모든 황당한 일들을 그냥 믿어버리지요. '버스 커튼'은 간단한 편집의 트릭과 영화관이라는 신비스러운 공간이 작당해 만드는 마술입니다. (07/06/01)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