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총알은 영화세계에서 가장 마술적인 물체입니다. 논리만 따진다면 이건 금속 머리를 가지고 화약을 둘러싼 원통형의 물체에 불과하죠. 녀석이 할 수 있는 건 작용 반작용의 법칙에 의해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사람 생명과 관련된 물체이다보니 온갖 미신들이 생겨납니다. 이건 꼭 할리우드에서만도 아니죠. 진짜로 괴상한 미신들이 만들어지는 곳은 이것들이 직접 사용되어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곳, 그러니까 전쟁터나 군대 같은 곳입니다.

할리우드의 총알들은 전쟁터의 총알 미신과는 조금 다릅니다. 보다 자의적으로 움직이죠. 전쟁터의 미신이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괴상한 초자연적인 선택이라면, 할리우드의 총알들은 순전히 극적인 목표에 봉사합니다.

가장 괴상한 건 총알의 숫자입니다. 고전 할리우드 시대 때만 해도 총알의 숫자는 수학 법칙을 따랐습니다. 6연발에는 총알이 여섯 개 들어갑니다. 콘티 실수가 아니라면 이 규칙은 대체로 지켜집니다. 하지만 60년대 이후로 영화쟁이들은 이 단순한 수학을 보다 유연하게 적용했습니다. 특히 스파게티 웨스턴과 홍콩 느와르에서 그렇죠. 이 장르에서 총알들은 아무런 이유없이 총구 안에서 증식합니다.

총알은 극적인 순간에 없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로 악당을 쏴죽이기 일보직전인데 러닝타임이 남았거나 총을 쥔 사람이 최종 주인공이 아닐 경우에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대표적인 예가 [터미네이터 2]죠. 물론 이것은 주인공에게 유리하게 작용해서 탈출의 기회를 마련해주기도 합니다. 이건 증식하는 총알만큼 비논리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냥 지나치게 편리할뿐이죠.

종종 초능력을 가진 엄청난 총알들이 등장합니다. 총을 맞은 사람이 그 충격으로 튕겨나가 뒤에 있는 유리창을 박살내는 경우까지 있죠. 정말 총알을 맞으면 주먹으로 세게 얻어맞는 것 같다고 경험자가 말해주더군요. 하지만 총에 맞은 몸이 유리창을 깰 정도의 충격은 주지 못합니다. 그건 디스커버리의 [호기심 해결사]가 이미 증명했죠.

영화 속은 총알은 종종 작용 반작용의 법칙을 위반합니다. 가장 극단적인 예로 [이퀄리브리엄]의 주인공들은 건 카타를 하면서 반동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건 공중을 날면서 쌍권총을 휘둘러대는 주윤발도 마찬가지죠. (08/05/07)

DJUNA